그녀는 왜 졸피뎀에 손을 댔나?

[내러티브] 그들이 ‘졸피뎀’에 손을 뻗기까지

세상에서 많이 잊혔지만, 지난 연말에 나온 보도 하나는 충격적이었다. 아시아의 별이라는 한 스타의 향정신성 의약품 밀반입 시도에 많은 사람이 놀랐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가 얻고자 했던 약제 ‘졸피뎀’은 많은 연예인의 자살 사건에 등장했다. 늘 건강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데뷔 20년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그의 영광은 그가 검찰로 소환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듯했다.

정작 문제는 그 이후다.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는 약제이지만 동네 의원에 가서 접수만 해도 얻을 수 있었던 이 약제로 인해 많은 사람의 인생이 바뀌었다. 불면을 치료한다는 졸피뎀은 현재 환각, 미각 마비, 폭식, 기억 상실, 자살 시도 등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 아래 조제분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 같은 부작용을 미처 알지 못하고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의사와 약사가 처방·조제 시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어린이·임신부가 먹으면 안 되는 약 등 의약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예방하는 서비스)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의사들에 의해 현재도 28일분(지급받을 수 있는 최대치)이 처방되며 이 정보는 우울증 모임 카페 등에서 공유된다. 심지어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로 졸피뎀을 여러 차례 처방받는 경우도 보고됐다. 졸피뎀을 사용해 약제를 제조하는 많은 제약사는 환각, 자살 시도 등의 부작용과 졸피뎀 성분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 하지만 많은 의료관계자가 우려하고 있다.

졸피뎀은 이미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고 일상을 파괴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 약을 복용하고 경험했던 일들을 밝혀 세상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아직 수면 아래에서 잠잠한 졸피뎀의 존재와 영향력은 언젠가 세상에 공개돼야 하는 날은 와야 한다. <헬스타파>는 졸피뎀으로 인한 부작용과 복용자의 체험기,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졸피뎀을 복용한 상황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려 한다. 사실과 기록에 바탕을 둔 기사이지만 등장인물과 주변인물, 그들이 처한 상황은 모두 허구임을 밝힌다.

쉬쉬하지만 말이야. 우울증이라는 병이 10명 가운데 4~5명은 다 가지고 있을 거야. B만 해도 그랬어. 내색은 안 했는데 느껴졌지. 마냥 밝게만 보였어도 그 한편에 어린 수심이나 무게감이 있었거든. 어느 날은 약 먹는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거야. 애가 갑작스레 할 말이 있다면서 우울증약을 먹은 지 10년은 넘었다고 해. 다른 사람들한테는 알리지 말아 달라는 부언도 함께여서 나는 조심조심 대꾸했지. 그러마 하고. 그렇게 지나가는 분위기였어.

며칠 전부터 멍하다는 느낌이 들어 물었어. 무슨 일이 있냐고. 접때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곁에서 눈에 띄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었지. 돌아오는 답이 잠을 못 잔대. 이런 불면이 한 달 정도 됐는데, 오늘은 일정도 많고 고단해서 일찍 잘 수 있겠구나 하면서 방에 누우면 그때부터 정신이 맑아진다는 거야.

인터넷에서 전문가들이 권하기론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가 수면에 방해를 준다고 눕기 2시간 전부터는 만지지도 않는대. 보름 정도 됐을 때는 선물 받은 위스키나 테킬라 같은 걸 한두 잔씩 마시면서 잠을 청하는데 아예 안 마시는 밤보다는 낫지만 깊은 잠을 못 자고 다음 날이면 약간의 편두통이 있어 여전히 고통 속에서 보낸다고 해.

잠 안 올 때 술 마시면 안 좋대. 몸 다 상하기 전에 다른 방도 찾아야지, 계속 그럴 거야? 앞으로 해나갈 일도 많은 애가.

언니, 나도 알지. 술 나쁜 거. 그거 모를까 봐? 정말 못 견디게 힘들어서 찾고 찾아낸 방법이 그거야. 바쁘니까 각 잡고 상담받을 시간도 따로 못 내는 형편이잖아. 나라고 좋아서 그거 밤마다 처량하게 들이켜겠어?

그렇게 며칠은 더 술로 잠을 불렀나 보더라고. 보다 못해 내가 차라리 병원을 찾아가라고 했어. 꼭 신경정신과가 아니더라도 일반 병·의원에서 수면제 처방은 받을 수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거든. 지나고 보면 그 순간의 조언이 얼마나 큰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알지 못했어.

주말이 지나고 정말 처방을 받은 모양이야. 보니까 얼굴에 화색이 돌더라고. 어떻게 된 거냐고, 얼굴이 오늘 왜 그렇게 좋아 보이냐고 물었더니 수면제 처방을 받았다고, 그 약 한 알 먹은 뒤 세상모르고 잤다고, 왜 진작 이 방법을 몰랐을까 좋아서 이야기를 쏟아냈어. 다행이다 싶었지. 주변에 불면증을 겪는 지인이 하나 있는데 잠 못 자는 괴로움은 그 어떤 것보다 심하다고 들었거든. 됐다. 이제야 이 친구가 해방이구나 한 거야.

스케줄이나 일도 잘 소화하고 하는 일도 잘 풀려가고 불면증에서 해방된 뒤 정말 날아다니는 듯 보였어. 특유의 화사하고 빛나던 모습으로 돌아온 거지. 바쁘고 일에 치이다 보니까 뭔가 먹는 시간도 없듯이 활동하는 것처럼 느꼈는데, 짬 나서 정식으로 식사를 할 시간이 나는데도 뭘 먹지를 않는 거야. 입맛이 없다나. 다이어트를 일상적으로 하는 친구라 일부러 음식을 조절하는 건가 다들 그렇게 여겼어.

언니, 그 수면제 먹는 법 희한해. 나도 약이라곤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먹는 방법은 처음이야. 여느 약처럼 물과 함께 들이키는 게 아니고 공복 상태에서 혀 아래 약제를 하나 놓은 뒤 천천히 녹여 먹어야 하는 거라네. 이 약 때문에 요즘 입맛이 없는 건가. 아무리 전에 좋아했고, 맛있는 음식도 맛이 안 느껴져. 잠을 얻고 밥을 잃은 거지.

미소 지으며 얘기하던 모습이 선해. 그러다가 한동안은 자기 일정이나 누구와의 약속을 잊기도 했어.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뭔가 이상하구나. 회식할 때면 전과 달리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과음을 하는 거야. 그것도 매번. 다들 조심하라고 주의를 줘도 안 들어. 어떤 때는 얼마 안 마시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튿날 전화가 와. 어제 실수한 거 없냐고. 어제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나.

그즈음부터인가, 새벽마다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 멀쩡한 목소리야, 함께 했던 하루, 일상 같은 걸 묻다가 언니밖에 없다고 언니가 나의 전부라고. 이런 이야기를 해. 넌 무슨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그렇게 잘도 하냐 이러고 나도 웃어넘겼는데, 하루는 갑자기 무서워졌어.

지난해 12월 17일 가수 보아(본명 권보아)가 소속사 일본 지사 직원을 통해 해외에서 처방받은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국내 직원 명의로 몰래 들여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새벽 2시께였나. 여느 날처럼 전화가 왔어. 그래그래 수다스럽게 이야기하고 끊었지. 끊고 한 30분쯤 지났나. 다시 걸려오는 거야. 이른 새벽부터 일정이 있어서 얘가 왜 이러나 싶었는데 또 전화 온 게 보이니 받았지. 많이 외로운가 해서. 다시 받은 전화 너머로 뭔가를 씹는 소리가 들려. 뭘 먹나 봐. 일과 시간에는 음식이란 걸 입에 대지도 않던 애가. ‘그래도 그 새벽에’ 생각할 때였는데,

30분 전 걸었던 전화 내용 그대로 이야기하는 거야. 언니밖에 없다 하면서. 우리 부모님 안부도 묻고. 그때 소름이 일더라고. 아무리 귀 기울여 들어도 술 취한 목소리는 아니었어. 맨정신에 단지 뭔가를 씹는 소리만 말소리에 섞여서 건너오는데. 마치 취한 사람들이 주정하듯이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거야. 이상했지. 우선 잘 달래서 재우자. 내일 이야기해보자 그러고 전화를 끊었어.

다음 날, 만나서 간밤에 일어난 일을 물었어. 미안해할까 봐, 농담처럼 말을 걸었지. 새벽에 왜 그렇게 전화를 걸었냐고. 그때 뭐 먹었냐고, 나도 배고픈 상태인데 배달앱 켜고 뭐 주문할 뻔했다고. 그랬더니,

내가 그랬어?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고? 어제 난 세상 모르게 잤는데. 아, 우리 고양이가 전화기 잘못 눌렀나. 패턴 안 걸어놓거든. 계속 뭐가 반짝거리고 진동 오고 그러니까 툭툭 건드려서 전화가 걸려진 모양이다.

대수롭지 않게 답하는 거야. 뭐 먹었냐는 질문은 숫제 모른 척하고. 아, 분명 뭔가 벌어지는 중이구나. 그렇게 메이크업해서 무대 올리고 난 뒤에 걱정스레 모니터하고 있는데,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스태프 하나가 다가와. 할 이야기가 있대. 다 있는 자리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고 뒤로 몰래 불러낸 뒤,

누나도 전화 받으셨어요? 어제 저한테는 다섯 번인가 걸려왔어요. 계속 같은 말 하시고. 전화할 때마다 뭔가를 드시고 계시고. 몸 관리하셔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이상하다는 생각하면서 계속 전화를 받긴 했거든요. B 누나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요.

나는 이 얘기 아무한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어. 확인된 게 없는데 말이 돌면 안 되니까.

무대 마치고 내려오는데, 약을 찾아. 건네받은 약통에서 약을 한 20정 쥐고 물과 함께 들이키는 거야. 전에 없던 모습이라 걱정됐지. 무슨 약을 그렇게 먹나. 팬들이 보내 준 비타민, 씨서스, 새싹 보리 같은 거래. 분명 하나의 약통에서 나온 한 종의 약들이었는데. 그날은 어떻게 하루가 지났는지 모르겠어. 머릿속에서 계속 그 약과 B의 이상한 모습이 맴돌아서.

이튿날은 난리가 났어. 어제 집에 잘 들어갔던 애가 새벽부터 응급실에 있다는 거야. 회사가 발칵 뒤집혔지. 무슨 일이냐고, 어디가 다치거나 아픈 거냐고. 얼마 전 건강검진 때는 아무 이야기도 없지 않았냐며, 단톡방에 속속 반응들이 올라왔어. 오전 9시 좀 넘어서니까 단순한 해프닝이었다는 내부 회람이 돌아. 이니셜로 나왔지만 누가 봐도 B 이야기인 기사도 나왔는데 회사에서 손을 썼는지 단순한 가십성 해프닝이라는 토막 기사였어.

근데 내 생각은 달랐지. 뭔가 벌어졌구나. 회사 내부 관계자에게 물었어. 무슨 일이었냐고.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겠다고, 담당 스태프의 리더격인 내가 알아야 아래 스태프들 잠잠하게 수습하지 않겠느냐고. 한참을 망설이던 관계자가 그래. 목을 맸다고. 스케줄 시작해야 할 시점에 집에 들어갔는데, 자기 방 문고리에다 스카프를 매달아 놓고 나부라져 있던 걸 발견한 거야. 사고 시 회사 프로토콜이고 뭐고 곧장 119에 신고를 한 거지. 워낙에 이른 새벽 화보 촬영 일정이 아니었다면··· 하면서 관계자가 말을 아껴.

B에게 큰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이걸 쉬쉬하려는 회사 입장도 이해가 가는데, 더 큰 사고 일어나면 어쩌려고 그러냐 따져 물었지. 아무말도 못해. 이번에 웹드라마 새로 들어가면서 다시 화제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나쁜 기사 나면 안 된다는 답뿐이야. 어디 상담센터를 보내든, 상담사를 개인적으로 섭외하든 조치 취하라고 단단히 일렀어. 그때 내가 좀 더 나섰어야 했는데.

그 일 벌어지고 2~3일 모든 일정이 올스톱 됐어.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추측이 구구해. 전말을 아는 내가 다 눌렀지. 아니다, 자꾸 그런 소리 하면 우리 스태프로 간주하지 않겠다 엄포를 놨어. 그러고 있는데, 팀 허리쯤 되는 남자애가 할 얘기가 있대. 심란하니 나중에 하자 했더니 지금 꼭 해야겠대. 이 일과 관련된 거냐고 물으니까 그렇대.

이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 많이 했어요. B 누나가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근데 누나는 아셔야 할 거 같아서요. 사실은 B 누나 부탁으로 일반 의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아다 드렸어요. 28일 치였나. 늘 불면증 시달리시다가 좋아진 게 그 약 때문이었단 걸 다 알았잖아요.

저는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건데. 그 약이 이런저런 일에 작용하는 거 같더라고요. 밤에 전화하시는 거나. 밑에 애들끼리 담배 피우면서 얘기 나눴는데, 그 부탁을 받은 게 저뿐만이 아니었어요. 누나. 한둘이 아니에요. 그 약···이상한 거죠?

앞이 컴컴해지더라고. 머릿속이 찌르르 울리고. 이건 일이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구나. 사람 하나 살려야 하는 문제구나. 회사 내부에 알렸어. 물론 팀장급 이상들로. 결론이 어떻게 난 줄 알아? 그 수면제 끊게 하면 된다. 약 복용 중단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다. 다시 얻은 전성기 기회를 이런 식으로 날려선 안 된다, 이런 소리만 나왔어.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보냈을까.

B는 며칠을 쉬고 다시 일정을 소화했어. 수중에 있는 모든 수면제를 압수했지. 그렇게 문제는 봉합되는 듯했어. 뒤에서부턴 아는 대로야. 음주운전? 그때 B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어. 약물중독보다는 음주운전이란 치부가 낫겠다고 했나. 초범에 약식기소로 벌금형, 경찰들도 쉬쉬해줘서 음주운전이란 사실로 붙박혔고.

이후 모든 연락을 끊고 칩거. 찾아가도 전화를 걸어도 만날 수가 없더라. 나도 안일했지, 약을 다 끊은 줄 알았거든. 아니었어. 거기에 깊은 좌절감, 실망감으로 술까지 다시 시작하더니 그렇게 됐어. 처음 발견한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에 응급실 실려 갈 때와 똑같은 자세였어. 그 낮은 방 문고리에 스카프를 매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직도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