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이사

고백하자면 졸피뎀에 어른거리는 선정과 자극에 휘둘렸다. 수많은 매체가 유명 인사의 자살 혹은 일탈과 졸피뎀이라는 약제를 배합해 무엇이 낭설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구분할 수 없게 보도를 쌓아갔다. 마침 벌어졌던 대형 클럽 마약 사건에 후속작 혹은 유사 사건인 양 졸피뎀에 얽힌 효능과 부작용을 꼬아서 전했다. 많은 사람이 졸피뎀 하면 환각과 섬망, 블랙아웃과 자살 시도라는 세계를 자아내는 약제라고 여긴다. 전혀 다른 쓰임새인 프로포폴은 물론, 일반적인 마약과도 같은 반열에 올리는 상황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사진·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이사)는 불면증 치료에 가장 널리 쓰이는 졸피뎀에 들씌워진 세상의 편견을 짚었다. 중독성이 한층 강한 기존 수면제를 대체하는 약제로 개발된 졸피뎀의 남용을 막기 위해선 정확한 진단과 상담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기를 기피하는 한국 사회의 풍토를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어쩌면 졸피뎀 처방이라기보단 졸피뎀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덮는 현재 우리의 상황인지도 모른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유선으로 진행됐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이사)

- 졸피뎀은 왜 신경정신과뿐 아니라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과에 상관없이 처방되나. 요즘도 그런가.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일반의사들이 처방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든지 이런 개념은 아니다. 졸피뎀은 마약류라고 볼 수도 없다. 쉽게 사용할 수 있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면제는 많지만, 장기간 사용 시 중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우려를 감안하면서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현재 (졸피뎀의 경우)4주 처방을 받은 직후 다른 병·의원에서 같은 처방을 받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막아두고 있다. DUR(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이라는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4주 정도 복용한다고 중독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 이 약물을 다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니 소량의 복용만으로도 의존성이 생기고 과다복용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졸피뎀은 처음 나올 때는 벤조디아제핀이라고 해서 로라제팜이나 디아제팜, 이런 부류들의 약들은 중독성이 있어서 중독성이 없는 약을 개발하다 나온 약이 졸피뎀이었다. 초기에는 중독성 없이 쉽게 쓸 수 있는 약이라고 나왔다. 이런 약 사용을 길게 하다 보니, 중독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결론이 나와서 졸피뎀 사용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그 때문에 졸피뎀만 이상한 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제일 쓰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약, 그다지 큰 부작용이 없으며, 중독성이나 의존성이 다른 약들에 비해 적은 약이다.

소량 복용만으로 의존성이 생긴다? 약의 과장된 효과를 선정적으로 보는 시선이다. 그렇게까지 걱정할 약제는 아니다. 앞서 말한 다른 약에 비해 더 부작용도 적고, 중독성도 적다. 그렇기에 다른 약에 비해 절대 쓰면 안 된다는 위험한 약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속해서 쓰는 것에 대해 조심을 분명히 해야 하는 부분은 있다.

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내원한 환자가 원하면 4주 치(28정)까지 처방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과다 처방 아닌가.

4주 처방의 경우, 혈압약 같은 만성환자 치료 약은 90일까지 처방이 된다. 다른 약들은 대개 처방 기간에 제한이 없다. 다만 중독성이 있는 몇 가지 약들, 졸피뎀이나 로라제팜 등 그런 약들만 나라에서 4주, 어떤 약은 3주 이런 식으로 제한을 두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정도를 가지고 과다처방이라 하기엔 어렵다.

- 졸피뎀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 이후 이 약제 말고 다른 약제를 대안으로 삼는 추세인가.

다른 약들은 졸피뎀보다 더 중독성이 많다. 멜라토닌이나 다른 약제를 찾아 쓰기도 하는데, 약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어떤 증상에서는 어떤 약이 필요하고 이런 부분이 있어서, 이 졸피뎀을 완전히 없애고 다른 약으로 바꿀 필요도 없고, 그게 꼭 옳다고도 할 수 없다. 현재 흐름이 졸피뎀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약이고, 그 외 약은 안전하다 이런 식의 구도로 잡혀가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졸피뎀은 순한 편의 수면제에 속한다.

이걸 정확히 보고 짚어야 한다. 환자가 수면제만 먹어도 되는 사람인지, 불면증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다른 병까지 근본적으로 진단해야 하는 사람인지를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좀 더 가볍고 쉽게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받으며 (수면제를)평생 못 끊겠다 하는 분들도 우울증 같은 병을 치료하면서 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정신과 약이라고 하면 중독된다고 하며 걱정을 많이 하는데, 사실 중독되는 약은 안정제와 수면제밖에 없다. 항우울증, 항정신병약들은 오히려 중독성이 없다. 중독에 대해 걱정하다가 중독이 되는 약만 먹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이를테면 일반 병·의원에 가서 ‘잠 안 오니까 수면제 주세요’ 이렇게 되는 거다.

이럴 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에서)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근본적인 치료가 되고, 재발도 막을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가면 무서운 약 줄지도 모른다고 지레 생각하고, 내과 같은 데 가서 정말로 중독이 되는 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다. 치료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약에 중독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 약 처방 의사의 부작용 고지 의무가 있는지. 아무 이야기를 안 하는 의사도 많다고 들었다. 의사법 저촉 대상인가.

부작용 고지가 의사법 저촉이다, 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게 보면 모든 약에 대해서 부작용 하나하나 일일이 얘기해야 하나. 환자를 관찰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나 약을 복용한 뒤 어떤 불편을 호소할 때 확인하고 확인한 부분을 적절히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 사전에 약제에 관한 모든 부작용을 얘기하지 않으면 의사법 저촉이라 함은 현실에 맞지 않는 물음이다.

- 제약사에선 부작용과 약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한다. 이를 다룬 최근의 연구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최근의 연구라기보단, 부작용이라는 건 어떤 약제에도 존재한다. 졸피뎀을 만드는 측에서 부작용과 졸피뎀과의 인과관계를 부인한다고 볼 수 없다. 약전을 보면 중독성에 대한 내용도 나와 있다. 혼란스러운 행동 양태라는 부작용도 나왔다. 제약사에서 부작용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 학회에서 공유하는 졸피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나. 있다면.

졸피뎀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기보다는 졸피뎀을 올바로 복용하고, 환자들이 그러한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권장하게 하는 의식이다.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으로)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일반 대중의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을 지속해서 계몽하고, 정신과 약 자체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더 안전한 약으로 치료받으시는 방향으로 권장하고 있다.

- 음주와 결합하면 더욱 폭발적인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고 들었다.

수면과 관련돼있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그렇다. 음주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되면 위험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졸피뎀과 관련해 여러 사건의 경과를 보면 우울증을 가진 환자가 불면증을 겪으면서 졸피뎀 처방을 받는 순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일반적인 의사의 지도 용법인가.

잘못된 이야기다. 질문지를 보면서(졸피뎀에) 편견이 묻어있구나 느꼈다. 그런 부분들이 걱정스럽다. 우울증 환자에 처방하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들이 잘못 받아들여져서 나온 이야기 같다. 우울증 환자는 제대로 된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우울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잠에 대한 불편만 접근하는 경우가 생길 수가 있어서 그러다 보면 졸피뎀만 복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 현재 정신과에 내원해 잠이 안 온다고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해달리고 하면 약을 곧장 받을 수 있나. 

담당 선생님과 상담한 뒤 적합한지 아닌지에 따라서 처방해 줄 것이다.

내과같이 일반의 병·의원으로 가면?

달라고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 보고 줘도 되겠다 안 되겠다 하는 판단하고 처방할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졸피뎀 같은 경우 그렇게 많이 위험한 약은 아니기 때문에 처방이 어렵지 않게 나오는 모습에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출처  '그것이 알고 싶다'
출처 '그것이 알고 싶다'

- 자살 이야기만 나오면 졸피뎀이 따라붙었는데.

자살자는 대개 우울한 분이 많다. 생에 희망이 없고 그런 상황에서 충동 조절이 안 될 때 일어난다. 자살을 실행하기까지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에서 아주 흔한 증상이 불면증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졸피뎀을 복용하는 분도 많다. 졸피뎀의 부작용 중 하나가 꿈에서 행동하는 듯 행동하는 증상이다. 본인도 모르게 이상행동을 하는 경우도 보여서, 그렇게 해서.

기면증, 섬망 같은 것?

그렇게 아주 흔하지는 않다.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진 않는다. 아주 적은 확률로 발생한다. 잠의 사이클이 뇌 안에서 안 맞는다고 해석해야 할까. 본인은 꿈에서 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행동하게 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많은 건 뭘 먹는다거나 하는 현상이다.

- 졸피뎀 사태를 마주하는 국민에게 한 마디.

정신건강의학과에 오는 것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잠이 안 오고 하는 것들이 정말 하루, 이틀 스트레스를 받아 잠깐 이런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365일 다 잠을 잘 잘 수는 없지 않나. 일시적인 불면의 경우는 졸피뎀을 복용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 한두 정 잠깐 쓰면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게 복용하는 경우 상관없지만, 지나치게 시간이 길어지거나 약을 계속 써야 하는 상황이거나 일상생활을 지장을 주는 경우라면 그때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 원하시면 중독성이 전혀 없는 약으로 처방해드릴 수도 있다.

어떤 문제든 개인이 일탈하면서 문제가 벌어진다. 진통제 같은 경우도 과다 복용으로 인한 문제가 보고되지 않나. 게다가 일본에서 약을 사 온다는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과다 처방 등에 대한)관리가 잘 된다는 이야기다. 더 살 수 없다는 얘기니까.

예전에는 그럴 필요 없이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이 많이도 살 수 있었는데 현재는 28알로 제한하고, DUR로 관리하면서 약물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에 대해 막을 방법들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이환희 기자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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