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대전’ 6년사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의료계나 제약계, 증권가에 몸담거나 추이를 살피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이슈 하나가 있다. 이른바 ‘보톡스(보톡스는 전 세계 1위 업체 미국 앨러간에서 붙인 상품 약어로 화학성분인 본래 이름은 보톨리눔 톡신이다) 대전’이다.

피부과에서 주름을 펴는데 사용한다고 알려진 이 주사제 하나를 두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기업이 연일 공방을 펼치는 중이다. (국내 보톡스)업계 1위 메디톡스와 3위 대웅제약이 주인공. 서로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번져 미국 무역위원회(ITC) 행정소송까지 이어졌다. 기사마다 현재 상황을 전하지만, 전문 용어와 여러 송사 절차들이 맞물려 많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대체 두 기업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일까.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톨리눔 톡신 제제의 원천 균주를 대웅제약이 도용한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들여온 자사의 균주가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대웅제약 소재에서 발견했다는 대웅의 그것과 변이를 일으킨 부분까지 일치한다고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메디톡스 측은 이를 두고 대웅에게 공개토론에 응할 것을 요청했으나 대웅 측은 일축했다. 대웅은 이어, 오히려 메디톡스의 균주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밀반입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두 기업 사이에 진흙탕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메디톡스가 2016년 11월 4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출처 보건뉴스)

업계에선 두 기업의 신경전이 미국 진출을 둘러싸고 벌이는 힘겨루기가 아닌가 하는 판단이었다. 그해 메디톡스는 미국 업계 1위 앨러간에 자신들의 고유 균주를 공급해 상품을 출범하는 계획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었다. 대웅 역시 ‘나보타’라는 제품을 양사에 앞서 임상 시험을 마친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앨러간의 한국 시장 보톡스 판매는 대웅이 담당했다. 이제 분쟁의 무대는 미국으로 옮겨진다.

메디톡스는 2017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대웅과 현지 파트너사인 알페온, 대웅제약 직원과 메디톡스의 전직 직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메디톡스의 주장에 의하면 자사의 전 직원 A씨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정보를 대웅 직원에게 1억3000만원을 받고 넘겼다. 또한 A씨가 대웅으로부터 메디톡스 퇴사 후 미국의 한 대학 박사후과정을 유급으로 보장받았다고 덧붙였다.

대웅 측은 즉각 반발하며 메디톡스의 모든 주장이 허구이며, 대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해당 민사소송은 모든 관계자가 한국 국적이기에 미국보단 한국에서 적합한 소송이라고 소송 절차를 정지(부적합 판단)해버린다.

소송 결과를 두고 양사는 각사에 유리한 대로 해석했다. 미진한 느낌을 주는 캘리포니아주 법원의 판단에 메디톡스는 서울중앙지법에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그해 10월의 일이었다. 같은 기간 대웅의 나보타는 미국 FDA 허가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한편 메디톡스의 업계 1위의 자리는 공고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진출을 꾀하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 2018년. 메디톡스의 미국 진출이 청사진을 그리게 됐다. 현지 판권을 보유한 앨러간에 따르면 임상시험의 전망이 밝고 FDA의 시판허가도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여러 증권사 역시 메디톡스 보톡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엔 양사가 현재 기사화돼 나오는 ‘보톡스 전쟁’의 메인 무대에 서게 된다. 바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ITC는 해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미국에 수입돼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조사하고, 실질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기관).

메디톡스와 앨러간은 2월 대웅과 대웅의 현지 판권 담당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하는데 내용인즉 “메디톡스의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무단으로 취해 대응 측에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대웅 측의 반응은 ‘허무맹랑하고 의도적’이라는 식이었다.

본격화된 미국 시장 진출을 방해하려는 메디톡스 측의 술계라는 것인데 한국 법인인 양사의 이익에 관한 일들을 미국 산업의 유불리라는 잣대로 판결하는 게 맞느냐란 지적도 나와 대웅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대웅과 협력사 에볼루스는 이해 봄 ‘나보타’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던 와중이었다.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전문적인 말들을 순화하자면 개발하고 도입한 균주의 출처가 불분명하다, 기술은 영업비밀이 아니다, 원천 기술은 이미 오래전 공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응용하고 도용한 것에 불과하다, 유사하다고 밝힌 균주의 DNA 염기서열이 일치하지 않는다 등이었다.

소송을 지켜보는 측에선 납득하지 못할 소모적인 싸움이었다. 소송에서 이기면 보톡스 시장에서의 권위가 세워지느냐고 자문하면 그 끝엔 폐허가 있을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메디톡스는 미국 시장,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판매량을 바라고 소송을 제소한 듯한데 이미 다년간의 송사로 상처 입은 브랜드 가치가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송에서 유리한 국면에 접어들어도 대웅 측에선 ‘도용’이란 두 글자를 지우는 일이 어려울 것이다”고 분석했다.

결국 상처뿐인 싸움이라는 의미다. 두 기업은 바라보는 국민, 고객, 주주들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치킨 게임을 벌이는 중이었다.

사진=픽사베이

ITC의 판결은 1년을 훌쩍 넘겨 2020년 연말 이뤄졌다. 메디톡스의 조건부 승리였다. ITC는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 내렸던 대웅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 기간을 10년에서 21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ITC는 “대웅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고 최종판결 내용을 밝혔다. 이걸로 싸움은 종결되는 듯했다.

ITC 소송 역시 항소 절차가 있었다. 대웅은 다시 투지를 다진다. ITC 판결이 메디톡스의 손을 온전히 들어준 것이 아니라며 연방순회법원(CAFC)에 항소 의사를 밝혔다. 대웅은 “ITC 판결 진행 당시 이뤄졌던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 유전자 비교 분석 결과 우리 균주는 자연 상태의 토양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이 CAFC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들을 통해 유죄로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ITC에서 대웅의 유죄를 확정한 증거들이 한국 법원 등에 제출되었기 때문에 국내 민사 소송 및 검찰 수사 속도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7년 10월에 제소했던 그 소송을 의미한다.

대웅은 ITC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항소법원에 ITC 수입·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15일(2021년)에 냈다. 법원은 대웅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웅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웅은 “2일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CAFC에서 3일 만에 신속히 인용했다. 이에 따라 ITC가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나보타의 미국 판매를 공백 없이 재개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기존 ITC 결정의 법적·사실적 오류를 바로잡아 항소심에서 반드시 승소하겠다”고 전했다.

메디톡스는 가처분 인용을 두고 임시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대웅이 제기할 것으로 예측되는 주장은 이미 ITC에서 기각된 내용이다. 임시 가처분이 인용됐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CAFC에서 대웅의 주장을 모두 거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보톡스 대전’ 6년사의 일이다. 소송이 얼마나 남은 건지, 만약 끝난다고 하면 최종 승자는 누가 되는지, 헤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