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준 후보 “9·4 의정 합의 존중하나 원칙 파기엔 투쟁 불사”

[인터뷰]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기호 4번 박홍준
현 서울시의사회 제34대 회장

오는 3월 말이면 대한의사협회의 새로운 회장이 탄생한다. 현재 6명의 후보가 당선을 위해 선거일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시국, 의사 정원 문제 및 공공의대 설립,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그 어느 때보다 의료계에 쏠리는 시선이 뜨겁다. 여기에 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돼 지난 주말을 달궜다. 의협 측은 유신 시대의 법안보다 후퇴시켰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여당은 의사들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시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현 의협 지도부의 자세는 강경하다.

<헬스타파>는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들에게 공통질문을 보냈다. 의료계 현안이 뜨거운 가운데 흑색선전이나 상대 후보 비방이 아닌 정책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의도였다. 후보들의 답을 차례로 싣는다. 추첨을 통해 부여받은 기호와 마찬가지로 답변 순서는 도착해 온 순서일 뿐 아무 의도가 없다. 정부와 의료계 관계, 코로나19와 백신,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 재정 문제, 수가 문제와 도래할 4차 산업혁명 등 후보들은 성실하고 꼼꼼하게 답해주었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기호 4번 박홍준(현 서울시의사회장)

– 지난해 9월 최대집 의협 회장과 여당 정책위의장이 체결한 이른바 9·4 의정합의 내용은 회장이 된 이후에도 유지하나. 의대 정원이나 공공의대와 관련한 정부의 방침이 합의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는 듯한데 이에 대응하는 방안이나 입장은?

정부 여당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촉발된 사태를 정치적인 합의로 끝낸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의협 회장과 지도부가)충분한 대화와 내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투쟁을 끝낸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뽑은 의협 회장이 국민 앞에서 정부와 합의한 것입니다. 집행부가 바뀐다고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다면 현 정부가 차기 정부로 바뀔 때 우리도 똑같이 당할 수 있습니다. 합의 원칙은 지키겠습니다.

다만 정부 여당이 조금이라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합의 파기로 간주한 뒤 투쟁에 돌입하겠습니다. 정부 여당이 또다시 의료계를 투쟁으로 몰아간다면 이번에는 순순히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국민 여론전을 함께 진행하고 정치권의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여 정부 여당과 전면전을 벌일 것입니다.

– 의료 단체의 장으로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의료계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역작용으로 과다한 적용 폭이 문제라고 들었는데. 아울러, 국민건강보험의 기 금화 문제에 관한 후보의 생각도 알고 싶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재정 확보 없이 졸속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입니다. 급격한 급여 확대로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될 것이고 이는 결국 수가 인하라는 의사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 뻔합니다. 졸속 급여화로 의료 서비스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도 증가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은 4대 보험 중 유일하게 기금화가 되어 있지 않고 보험공단의 일반회계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보험공단의 횡포를 막고 정부지원금 확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금화가 되어야 합니다.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 정부는 오는 26일 요양병원의 만 65세 이하 환자들을 시작으로 전 국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자 안정성 문제, 백신 수급 관련 문제, 의료진의 백신 접종 거부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는 중이다. 의협 차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중점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향후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 공공의료만으로는 모든 접종이 불가능하므로 민간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확보한 제약사별 백신 수량과 도입 시기, 백신 접종 우선순위 등 중요한 정보들을 의료계와 공유해야 합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정보는 외신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의협 회장이 되면 제일 먼저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을 만날 것입니다. 백신에 대한 모든 현황을 듣고 의협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 오래된 문제인 ‘수가’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의사들의 합리적인 비판과 문제 제기에도 정부와 국민 여론은 배부른 푸념이라는 식으로 귀담아듣지 않는데. 수가 문제가 해결돼야 지방 의료 낙후화, 기피과 정원 미달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수가 정상화를 국민 동의와 연결하는 것은 핑계일 뿐입니다. 선진국 대부분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의료비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료 예산을 건강보험을 통해 민간의료에 지원해야 합니다.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현실화하고 정부지원금을 증액하면 의료 수가 현실화는 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다른 나라의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관련 연구를 늘려 정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의협 산하)의료정책연구소에 인원과 예산 지원을 늘려 연구를 강화하고 정부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모시겠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를 지속해서 압박해 나가겠습니다.

–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영향을 많이 받을 현장이 의료계라고 꼽힌다. 부산대, 가천대의 IBM 왓슨은 이미 상용화되는 중이고, AI나 빅데이터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의협에선, 그리고 의협 회장으로선 이에 대해 어떤 대비와 지원을 모색 중인가.

통신과 IT기기의 발달로 이미 많은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공지능 진단프로그램과 자동화 진단장치가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다면 의사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에 필요한 의료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플랫폼을 선점하지 못하면 의사는 단순 의료 데이터 생산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의료정책연구소 내에 예산과 인원을 투입하여 미래의료 연구 부서를 만들 것입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미래 의사의 생존 가능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지난 16일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들이 기호를 선정받았다. (사진 왼쪽부터)1번 임현택 후보, 기호2번 유태욱 후보, 기호3번 이필수 후보, 김완섭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기호4번 박홍준 후보, 기호5번 이동욱 후보, 기호6번 김동석 후보(출처 의협신문)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세 가지 약속을 하겠습니다.

첫째, 상대 후보를 존중하겠습니다.

모든 후보는 선거를 떠나 함께 의협을 이끌고 (의료계의)미래를 걱정하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상대를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정정당당한 정책대결로 선거를 치르고 선거가 끝난 후 웃으며 악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말하겠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지 않겠습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섣부른 공약으로 회원들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지킬 수 있는 공약만 제시하겠습니다.

셋째, 의협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지금 의협에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위기에 처한 의협을 살리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를 모실 것입니다. 의협의 문호를 활짝 열어 신명 나게 일하는 의협을 만들겠습니다.

의협 회장 선거 후보들을 상대로 기획한 공통 인터뷰 과정 이후 여당 주도로 상임위에서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의협을 비롯한 의사들은 거센 반발을 나타냈다. 이에 대한 물음을 추가했다.

– 의협 선거를 앞두고 의료계가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가 격렬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후보자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의 대상범죄에 당해 직무와 전혀 관련성이 없는 범죄들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형을 받은 후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결격사유의 대상범죄를 무제한 확대한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어떤 범죄이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기만 하면 면허 결격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는 의료인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기본권 제한의 기본원칙인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반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