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기호 2번 유태욱
현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오는 3월 말이면 대한의사협회의 새로운 회장이 탄생한다. 현재 6명의 후보가 당선을 위해 선거 일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시국, 의사 정원 문제 및 공공의대 설립,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그 어느 때보다 의료계에 쏠리는 시선이 뜨겁다. 여기에 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돼 지난 주말을 달궜다. 의협 측은 유신 시대의 법안보다 후퇴시켰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여당은 의사들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시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현 의협 지도부의 자세는 강경하다.

의협 선거 후보들은 공통으로 낸 성명서에서 이를 반대했다. 후보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의사면허 취소와 재교부 금지를 강제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회장선거 입후보자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지와 관계없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즉각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정부 여당과 의료계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헬스타파>는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들에게 공통질문을 보냈다. 의료계 현안이 뜨거운 가운데 흑색선전이나 상대 후보 비방이 아닌 정책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의도였다. 후보들의 답을 차례로 싣는다.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 코로나19와 백신,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 재정 문제, 수가 문제와 도래할 4차 산업혁명 등 후보들은 성실하고 꼼꼼하게 답해주었다.

① 임현택 후보 “무조건적인 투쟁은 하수 중의 하수”
② 유태욱 후보 “현시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자 접종 안돼”
③ 이필수 후보 “13만 회원 한마음 된다면 어떤 장벽도 넘을 수 있어”
④ 박홍준 후보 “9·4 의정 합의 존중하나 원칙 파기엔 투쟁 불사”
⑤ 이동욱 후보 “‘문재인 케어’···공짜 점심 없다에 어긋나”
⑥ 김동석 후보 “9·4 의정 합의, 투쟁과 협상 병행할 것”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기호 2번 유태욱(현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 지난해 9월 최대집 의협 회장과 여당 정책위의장이 체결한 이른바 9·4 의정합의 내용은 회장이 된 이후에도 유지하나. 의대 정원이나 공공의대와 관련한 정부의 방침이 합의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는 듯한데 이에 대응하는 방안이나 입장은?

지난해 9·4 의정합의는 내용도 절차도 잘못된 것입니다. 모든 투쟁의 시작과 끝은 회원들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함에도 회장 독단적인 결정으로 일방적인 합의를 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정당한 주장과 투쟁의 열기를 일순간에 꺾어버린 참담한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의료계 수장인 의협 회장이 합의한 것이기에 많은 회원이 납득할 수는 없었지만 투쟁철회가 기정사실로 되었습니다. 제가 회장이 된다 해도 이전 집행부의 합의 자체는 유효합니다. 하지만 의정합의안 내용 중 ‘코로나 안정화 이후 논의’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대정원 배정이나 예산 배정 등 정부당국의 행태는 의정합의의 일방적 파기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 정부에 강력히 의정합의안 준수를 요구하고 진정 공공의료를 살리려면 공공의대 설립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과 더불어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 수년 내 의사 과잉 상태가 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납득시킬 것입니다.

- 의료 단체의 장으로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의료계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역작용으로 과다한 적용 폭이 문제라고 들었는데. 아울러, 국민건강보험의 기금화 문제에 관한 후보의 생각도 알고 싶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 문제는 문재인 케어 시작 때부터 시종일관 의료계가 주장하고 경고한 내용입니다. 현 정부는 과도한 급여화를 급속하게 추진함으로써 건강보험재정 흑자기조를 불과 3년 만에 엄청난 적자로 돌아서게 했습니다.

건강보험재정은 성격이 국민연금과 달라 가능한 당해 연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즉 재정을 많이 쌓아두는 것은 불필요하게 보험료를 많이 거두어들인다는 것이고 보험재정이 적자가 난다는 것은 건보 지출을 많이 하였다는 것으로 두 가지 경우가 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의 기금화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 정부는 오는 26일 요양병원의 만 65세 이하 환자들을 시작으로 전 국민 대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자 안정성 문제, 백신 수급 관련 문제, 의료진의 백신 접종 거부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는 중이다. 의협 차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중점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접종은 효용성 대비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당연히 현시점에서는 접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신 수급 문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서 많이 늦은 면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자존심에 손상을 받은 면도 분명 있습니다. 백신접종은 무엇보다 안정성과 효용성이 중요한데 냉동, 냉장 보관 시 발생할 문제점(백신은 운송과 수급 시 양질의 보관이 중요하다)과 특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교훈에 비추어 분주(주사액이나 백신을 나누어 쓰는 것을 일컬음)의 위험성 관련 책임소재에 대한 당국의 확실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 의협에선 의료현안 반대의 뜻으로 백신접종 보이콧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그것은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백신접종을 준비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집중해야 하며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과 장비의 적시 지원과 백신접종 시 미비점에 대한 개선책을 당국에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오래된 문제인 ‘수가’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의사들의 합리적인 비판과 문제 제기에도 정부와 국민 여론은 배부른 푸념이라는 식으로 귀담아듣지 않는데. 수가 문제가 해결돼야 지방 의료 낙후화, 기피과 정원 미달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습니다. 낮은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미래가 없습니다. 동네의원이나 상급병원 모두가 박리다매가 아니면 버틸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박리다매는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환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지만 이는 결국 의료 과소비의 덫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의료진은 과도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됩니다.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의협은 이러한 점을 국민들에게 납득 시켜 진료수가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낮은 수가 문제가 해결되어야만)공공의료나 낙후지역, 기피과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처우를 개선해서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

-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영향을 많이 받을 현장이 의료계라고 꼽힌다. 부산대, 가천대의 IBM 왓슨은 이미 상용화되는 중이고, AI나 빅데이터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의사협회에선, 그리고 의협 회장으로선 이에 대해 어떤 대비와 지원을 모색 중인가?

제 공약 중에 제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기 위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 AI 관련 의료분야나 비대면 진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연구과제를 제시하기로 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의학정보원을 설립해 의료 관련 데이터를 의협 주도하에 생산, 가공하는 기반을 쌓으려 합니다.

그동안 준비하고 공부한 의료정책적 소양이 발휘돼 이제는 의협이 시대를 역행하고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는 보수적 입장에서 벗어나 의료계의 미래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소망하며 이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할 것입니다.

지난 16일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들이 기호를 선정받았다. (사진 왼쪽부터)1번 임현택 후보, 기호2번 유태욱 후보, 기호3번 이필수 후보, 김완섭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기호4번 박홍준 후보, 기호5번 이동욱 후보, 기호6번 김동석 후보(출처 의협신문)
지난 16일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들이 기호를 선정받았다. (사진 왼쪽부터)1번 임현택 후보, 기호2번 유태욱 후보, 기호3번 이필수 후보, 김완섭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기호4번 박홍준 후보, 기호5번 이동욱 후보, 기호6번 김동석 후보(출처 의협신문)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의협은 회장 1인의 단독플레이는 끝내고 시스템에 의한 팀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무의미 하고 소모적인 투쟁은 지양하고 정치적으로 좌·우에 편향되지 않고 오직 의료계를 위해 전력을 다할 회장이 필요합니다. 각종 악법과 규제는 결속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풀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Go 해야 할 때 Stop 하지 않는 뚝심이 있는 회장과 이를 뒷받침 하는 회원들의 강력한 정치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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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희 기자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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