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대병원 앞 노들야학에서 ‘코로나19 대유행 1년, 서울시 공공병원(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인력운영’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간호인력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된 현장의 문제와 이를 방치하는 서울시를 비판하며 1년 동안 현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지난 18일 서울대병원 앞 노들야학에서 ‘코로나19 대유행 1년, 서울시 공공병원 인력운영’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최근 보라매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코로나19 확진에 대해 간호사가 직접 나와 병원의 입장을 반박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현지현 의료연대 조직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는 서울대병원 최은영, 보라매병원 김경오, 서울의료원 김경희(새서울의료원분회 분회장) 세 명의 현장 간호사들과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서울지부장, 대구 집단감염 당시 노동조합 대표로 상황을 총괄했던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현장정책위원이 토론자로 나서 진행됐다.

먼저 서울의료원 김경희 간호사는 병원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병상운영 계획으로 현장에 혼선이 생기는 상황에 대해 발언했다.

어느날 컨테이너가 병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병실로 사용한다는데 황당했다. 그리고 운영은 보라매병원에서 한다고 들었다. 간호사들은 혼란스러울 뿐이었는데 서울시가 미리 계획이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병원에 물어보면 병원은 항상 서울시 지시라고 무마시킬 뿐이었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 감염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최은영 간호사 역시 코로나19 대유행 1년을 맞은 이 시점에도 국가적 준비가 안 돼 현장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종결 이후 국가격리병상은 198개밖에 없었다. 그중 서울대병원이 가진 음압격리병상은 고작 7개뿐이고 매우 적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자 여력이 있는 병실에 침대를 욱여넣고 몇 자리를 더 넣어 운영하는 수준이다.

최 간호사는 병동 문제 외에도 “노동자 입장에서 환자가 얼마나 늘면 우리병원으로 넘어오는지, 인력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제대로 준비를 한다”며 “그러나 서울시와 병원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상명하달로 쪽병동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체계적인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서울대병원 앞 노들야학에서 ‘코로나19 대유행 1년, 서울시 공공병원 인력운영’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장은 서울시와 병원의 전시행정적 태도를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박 지부장은 “서울대병원은 평소에 직원식당으로 운영되던 장소를 급하게 ‘위기대응병동’이라는 이름을 지어 병동으로 운영하다가 환자 1명을 받고 인턴이 없어 운영을 못 한다며 폐쇄해버렸다. 한편 재난병원을 만들어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에서 간호사를 파견시킬 거란 소문에 서울시에 질의했으나, 어떠한 답도 없었다”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현장 간호사를 불안하게 하고 간호사들이 파트너로 협조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지시를 내리면 수행하는 사람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세균 총리가 보라매병원 간호사에게 답장 편지를 보낸 이후, 환자가 줄었다며 병원이 간호사 수를 더 줄여버렸다”며 “지금 서울시 중수본 어디에 물어도 간호사 한 명이 환자를 얼마나 봐야 하는지 인력기준을 말해주지 않는다. 환자 수가 줄건 늘건 제대로 된 인력기준으로 간호인력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하며 서울시에 요구했던 간호인력기준안을 설명했다.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현장정책위원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현장정책위원은 노동조합과의 소통을 통해 대구시에서 간호인력기준이 마련된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대구시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탁상행정으로 병상과 인력기준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10개 병원 전담병원 간호사들이 대구시를 불러서 토론하고 직접 일하면서 느끼기에 필요한 최소 간호인력기준을 명확히 요구했고 결국 대구시가 이것을 받아들였다.

서울시는 노동조합의 수차례에 걸친 면담 요청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박 지부장은 호소했다.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서울시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지만 단 한 차례도 면담이 진행되지 않았다. 대구시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노동자가 코로나19대응회의체에 노동자대표로 들어갔지만, 서울시는 노동자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연구용역을 2개월간 한다는 명분으로 서울 공공의료재단에서 찾아와서 만났는데, 서울시가 제대로 된 인력기준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을 느꼈다.

 

시민건강국에서는 ‘간호사들의 힘듦이 객관적이지 못하다, 대구시의 인력기준은 산출근거가 모호하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코로나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고 이미 준비된 간호인력기준이 있는데도, 또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현장에 인력이 투입되기까지는 6개월이 더 걸린다는 말은 현장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말이다.

보라매병원 김경오 간호사는 쪽병동과 부족한 인력으로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병원을 비판했다.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현장정책위원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현장정책위원

김 간호사는 관련한 사측의 대응 중 이전 39병동에서 환자와 직원이 확진됐을 때와 82병동에서 확진됐을 때 자가격리기준이 다른 점, 역학조사 당시 수간호사가 개별적으로 조사하는 게 아닌 단체카톡으로 출입여부, 보호구 착용여부, 증상유무와 같은 질문을 던져서 조사를 완료한 점, 확진자가 나온 82병동에서 추가로 확진된 간호사가 나온 점(2월 12일), 직원 확진 시 원내 동선만을 공개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지난 12일 추가 확진된 간호사의 원외 동선까지 공개하면서 사생활 노출 및 감염경로를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보이는 점 등 문제를 제기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대유행 1년, K방역을 전 세계에 자랑했던 것과 비교하면 K의료는 얼마나 나아졌는가. 일선의 간호사들은 여전히 한 명의 인력이라도 더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오는 3~4월 하루 2000명 대 4차 대유행이 오기 전에 서울시는 현장 노동자들의 간호인력기준 마련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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