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장암, 개인 유전체 형태에 따라 항암제 효과 차이 커

연세암병원 백순명 교수, 대장암 환자의 항암약물 선택기준 제시
10년 추적 조사결과, 각 유전체 형태에 따른 항암제 치료 효과 차이 커
새로운 대장암 항암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가이드로도 큰 역할 기대

초기 대장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유전체 차이에 따른 약물을 선택해야 높은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세암병원 백순명 교수(종양내과·연세의생명연구원장)는 미국 국립대장암임상연구회(NSABP) 소속 다기관 연구팀과 함께 1768명의 대장암 환자를 1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일부 환자에게서만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항암제가 대장암 재발률을 낮추는 임상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사 대상 환자군은 미국 국립대장암임상연구회(NSABP)가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진행한 ‘C-07 임상연구’에 참여한 미국과 캐나다 거주 대장암 환자 중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로 선정했다.

“60세 이전의 3기 대장암 환자들은 ‘플루오로유라실’(Fluorouracil)과 ‘옥살리플라틴’ 두 항암약물의 복합제제를 표준 치료약물로 사용하고 있으나 옥살리플라틴의 약물 부작용이 많아 환자와 의사의 고민이 매우 컸다”고 백 교수는 말했다. 옥살리플라틴은 손발과 안면에 시리고 아프게 하는 말초신경 독성과 함께 구토, 오심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지난 2000년 중반 개발돼 일반에게도 잘 알려진 대장암 치료제인 ‘베바시주맙’(bevacizumab, 상품명 아바스틴)과 ‘세툭시맙’(cetuximab, 상품명 얼비툭스)은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대장암 환자의 1차 항암제로 쓰인다. 초기 대장암 환자는 플로오로유라실과 옥살리플라틴을 표준 항암약물로 사용하고 있다.

머크의 대장암 표적항암제 얼비툭스
머크의 대장암 표적항암제 얼비툭스

이에 연구팀은 지난 2005년부터 대장암 3기 환자 중 옥살리플라틴 항암제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환자군이 따로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조사 대상 대장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시작했다.

하지만 임상시험 대상 환자에서 수집한 암 조직은 포르말린에 고정된 조직이어서 유전체가 손상돼 있어 분석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첫 7년간의 연구 기간 기대한 연구결과를 얻지 못해 고심하던 연구진은,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대장암세포 유전자 발현 패턴인 ‘분자아형’에 따른 분류법을 손상된 유전체 데이터에 적용하는 방법을 새로 개발해 연구 목적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장세포분자아형 △술잔세포분자아형 △염증성분자아형 △이행증폭세포분자아형 △줄기세포분자아형 등 조사 환자군을 다섯 개의 분자아형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각 분자아형별 환자군에서 ‘플루오로유라실+옥살리플라틴 복합제제’와 ‘플루오로유라실 단독 제제’를 사용한 후 10년 재발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두 종류의 항암약물 치료제에 따른 3기 대장암 10년 재발률이 각 분자아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약물별 제3기 대장암 10년 재발률(연세암병원)
항암약물별 제3기 대장암 10년 재발률(연세암병원)

‘장세포분자아형’에서 플라오로유라실만 단독 투여할 경우 10년 재발확률이 55%에 이르렀으나, 옥살리플라틴과 플라오로유라실 복합제재 투여결과에서는 재발률이 20%에 그쳐 높은 치료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술잔세포분자아형, 염증성분자아형, 이행증폭세포분자아형’등 세 분자아형에서는 두 약물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10년 재발률 차이가 없었다.

“줄기세포분자아형 환자 군에서는 두 약물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10년 재발확률이 50%에 이르렀다”며 백 교수는 전체 대장암 환자 및 위암 환자의 25%가 줄기세포분자아형 암 유전체를 보유에 따른 항암제 내성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항암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선 그 ‘표적’ 되는 암세포의 특징을 찾아야 하는데, 줄기세포분자아형 암에서는 그 표적을 현재의 첨단 유전체 분석방법으로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 2년간 연세암병원과 연세암유전체연구센터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표적 없는 암’인 줄기세포분자아형 대장암 및 위암 치료제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치료 효과를 보이는 신약 물질을 연이어 찾아내고 있다고 백 교수는 전했다.

향후 이번 연구토대로 대장암 환자에 있어서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각 분자아형별 분류테스트가 수립되면 많은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항암약물을 선택, 투여받음으로써 치료 효과는 높이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백 교수는 기대했다.

또한, 새로운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데 이번 연구의 큰 의미가 있다는 백 교수는 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에 기반을 둔 환자 개인별 정밀 의료시대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라고 말한다.

백 교수는 지난 2004년 유방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테스트 기법인 ‘온코타입 디엑스(OncoType Dx)를 개발해 초기 유방암 환자의 50%에서 항암화학약물치료의 불필요성을 증명한 바 있다. 현재 온코타입디엑스는 미국에서는 모든 초기 유방암 환자에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 국내 유방암 환자에도 적용이 퍼지고 있다.

연세암병원(출처 세브란스)
연세암병원(출처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태일 교수(소화기내과) 또한 “수술 후 재발의 위험이 높은 3기 대장암 환자에서 선택적 항암제 사용에 따른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암 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보조 항암요법 치료 선택과 추적 검사 계획 수립 등의 환자별 맞춤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첨단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은 백 교수의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5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암학회에서 구두 발표됨과 동시에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학술지’(JAMA Oncology) 인터넷판에 ‘Clinical Outcome and Benefit from Oxaliplatin in Stage II/III Colon Cancer According to Intrinsic Subtypes: Secondary analysis of NSABP C-07/NRG Oncology Randomized Clinical trial’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