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약국서 팔리는 ‘사후피임약’, 물 건너오면 “의사 처방받으라”는 식약처

안전성 문제없고, 유럽과 미국 등은 이미 시행
오남용 우려로 과도하게 규제하기보다 건강한 피임 유도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7일 3년간 논란이 됐던 피임제 분류를 현행(사전피임제는 일반의약품, 사후피임제는 전문의약품)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경실련과 시민단체는 낙태예방의 실천적 방안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후피임제의 약국 판매를 그동안 요구했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사후피임제의 오남용 우려와 피임제 인식 부족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경실련과 시민단체는 검증되지 않은 오남용 우려만으로 여성건강을 위한 사회적 필요와 요구를 외면한 식약처의 결정은 유감이라는 성명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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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낙태는 여성의 건강과 자기결정권이라는 측면보다는 윤리적, 법적 측면에서 금기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상에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불가피한 사회적 사유로 인한 낙태조차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 때문에 낙태는 더욱 음성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안전성 문제와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게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경실련은 “따라서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시각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다”며 “현실적 대안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실천적 수단으로 피임에의 접근성과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사후피임제의 접근성을 높일 것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피임제는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사후피임제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구매해야 한다. 이용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공휴일이나 병원이 문을 닫을 경우 사기 어렵다.

사후피임제는 비용부담뿐만 아니라 최대 72시간 내 복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계획하지 않은 또는 원치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의 빠른 판단으로 복용을 결정해야 수술로 인한 더 큰 위험을 막을 수 있다.

경실련은 “유럽이나 미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이미 사후피임제의 약국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약의 부작용이나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이 적을 뿐 아니라 접근성 제한에 따른 낙태 시술의 위험이 더 크다는 고려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약리적인 판단에 의한 의약품의 안전성 기준으로 일반 약으로 분류해도 타당한데에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이를 시행하지 못하는 동안 많은 여성과 청소년층은 위험 상황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사후피임제는 ‘응급성’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도록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사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의료인의 독점권 유지 방식은 효과도 없고 사회적 비용만 늘릴 뿐이다. 정부는 더는 교육 등 피임 관련 정책 부재의 문제를 여성에게 전가하지 말고 실천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