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료질 ‘최하위’ 낮춰 경영평가 ‘양호’ 받은 경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포기한 서울대병원, 우수등급
값싼 저질 장갑으로 수술하는 경북대병원, 양호등급

보건복지부가 최하위 평가받은 한 국립대병원이 교육부의 평가에서는 양호등급 평가를 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 평가대로라면 의료의 질은 최하위면서 경영평가는 양호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2015년도 국립대병원 13곳의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중 A등급은 서울대병원 포함 2곳, B등급은 경북대병원 포함 9곳, C등급은 2곳이다. S, D, E등급을 받은 병원은 없다.

A등급 병원은 ‘대부분의 경영 영역에서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효과적인 경영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수준’ 높은 우수 병원을 말한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 의료연대본부는 교육부의 평가 결과는 예상대로 국립대병원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경영평가에 대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는 성명서를 지난 4일 발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이 A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응급실 과밀화 지수가 182%에 달하고 중증 응급환자가 수술실, 병실 등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며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도 20시간인 병원이 ‘효과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게 맞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서울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포기할 의사마저 보건복지부에 전달했었다고 의료연대본부는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전경
서울대병원 전경

복지부는 지난해 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시설·장비·인력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40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응급실 사업계획서 변경안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사업계획서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이 ‘바뀐 기준을 지키려면 추가 공간이 필요한데 첨단 외래센터를 짓고 있어 3년간은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첨단 외래센터 건립은 각종 부대사업을 통해 의료공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노동조합에서 지속해서 반대했던 사업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400억원이 넘는 LH 공사 사옥을 무리하게 매입, 아직 그 빚도 갚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위법 논란이 있는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의 자금난 때문에 현금 60억원을 추가로 쏟아부었다. 이는 정부가 말한 효과적인 경영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또 의료연대본부는 경북대병원이 B등급을 받은 것도 경영평가에서 규정하는 ‘양호한 경영’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B등급 병원은 ‘대부분의 경영 영역에서 양호한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양호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수준’으로 평가받는 병원이다.

그러나 지난 5월 16일 의료연대본부는 경북대병원이 조병채 원장 취임 후 저질재료와 비급여 재료를 사용하며 수익을 추구했다고 폭로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수술용 장갑을 저가제품으로 교체했다. 바뀐 수술용 장갑은 소매 부분이 흘러내리고 쉽게 찢어져 감염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그동안 병원이 비용을 부담한 주사기를 환자가 개당 980원에 부담하는 필터주사기로 교체하는 지침을 내렸다. 병원 내부문건에는 주사기 교체로 인해 병원의 수익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구체적으로 계산한 내역과 앰플 주사제 처방 시 묶음 처방으로 만들어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북대병원
경북대병원

의료연대본부는 경영평가 항목 중 ‘책임경영’, ‘조직·인적자원 및 성과 관리’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대로 평가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경북대병원은 2015년 8월 주차관리 용역업체를 변경하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는 용역근로자보호지침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80여명으로 추정되는 상시·지속업무의 직접고용 비정규직 수를 25명으로 정부에 축소·허위보고해 정규직화를 회피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가 환자안전, 공공성 등을 기준으로 진행하는 의료 질 평가에서 최하위 수준의 점수를 받은 병원에 대해 교육부는 “양호하다”라며 이해가 안되는 평가를 했다.

‘올해는 경영평가단 규모를 확대하고 기관장 인터뷰를 포함한 현장실사를 실시하는 등 심도 있는 평가를 진행하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교육부는 심도 있는 평가와 현장 실사 내용이 무엇인지를 우선 밝혀야 한다고 의료연대본부는 요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가 추진되던 2013년 말부터 지속해서 이러한 경영평가를 폐지하도록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짚는 보고서를 발간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을 무시하며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강행해왔다는 것이다.

의료연대본부는 “기재부와 교육부가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의 총체적 문제를 인정하고 현재의 경영평가를 백지화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며 “의료공공성이라는 국립대병원의 목적을 확실히 하며 복지부,공공의료 전문가, 시민사회 및 국립대병원 노동조합이 함께 논의해 ‘정상적인 국립대병원’이 될 수 있는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