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수술 책임지는 외과의사의 자리 비움이 더 문제”

삼성서울병원의 산부인과 김모 교수가 다른 교수들에게 수술을 맡기고 해외 학회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원래 수술 후 출국예정이었으나, 학회 측의 요청 때문에 갑자기 일정을 바꾸게 되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그를 중징계했고,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사면허취소를 추진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환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대리수술(또는 유령수술)을 범죄로 인정하고 있다. 설사 그것이 환자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와 무관하게 범죄로 인정한다.

1983년 뉴저지 대법원의 판례가 대표적인 판례다.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수술을 진행한 의사는 ‘상해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리수술에 대해 미국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1982년 미국의사협회 내부의 사법위원회가 만든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은 교육을 목적으로 전공의에게 수술을 시킨 경우에도 환자의 사전 동의가 없는 경우 상해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팀이 3D 프린팅 기술로 개발한 측두골 모델을 의료진들이 실습하는 장면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팀이 3D 프린팅 기술로 개발한 측두골 모델을 의료진들이 실습하는 장면

반면 우리나라는 오더리(수술에 참여하는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맡기던 관행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럴진대, 다른 의사에게 대리수술을 맡기는 것에 대해 ‘범죄’ 또는 ‘부도덕한 행위’로 인지하는 의사들이 여전히 적다.

2000년 관행적으로 수련의(전공의)에게 수술을 시키고 특진비를 받아온 교수에게 법원이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내린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슈화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교수가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전공의들에게 수술을 맡기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하나는 대리수술, 두 번째는 자리 비움.(심지어 해외에) 외과 의사로서 첫 번째 잘못보다 두 번째 잘못이 더욱 이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 환자의 담당 외과 의사는 수술의 전 과정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병원을 떠날 수 있나?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사건이 이슈화되자 대한의사협회가 발 빠르게 나서서 “의사면허취소를 추진하겠다”라고 방송사에 밝혔다고 한다.

대리수술을 하면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을 만든 적이 있었던가? 대리수술은 나쁜 것이라는 교육은 했었던가? 대한의사협회가 대리수술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 그동안 뭘 했다고 갑자기 나서서 면허취소를 운운하는가?

이 문제의 핵심 역시 의학적 주권이다. 이미 늦었지만, 이제라도 의사협회가 나서서 대리수술과 수련에 대한 기준,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홍보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사건은 전공의 수련과 무관하지만, 전공의 수련 기회의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전공의 수련 기회가 침해되는 것은, 곧 수술 경험이 없는 실력 없는 의사의 양산을 의미하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것은 대리수술보다 더 비극이다. 따라서 정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제발 무슨 일이든 졸속으로 하지 말고 좀 제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