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 결정 앞둔 ‘1인1개소법’, 복지부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의료계 혼란 가중

‘1인1개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법의 최초 취지는 의료인에게 공간적 제약을 두어 의료의 질을 유지하고 국민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법률이었다.

논란은 지난 2012년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에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개정안이 본래의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단체와 의료의 공익성을 위해 해당 법 조항은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단체의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법조계는 “1인1개소법 개정이 명확하지 않은 문구(어떠한 명목)와 모호한 구분(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은 제외)으로 의료시장의 공정경쟁과 발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지적하며 위헌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게다가 1인1개소법은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암센터 등과 같은 병원까지도 의료법을 위반하는 의료기관으로 만들 여지까지 내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관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병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분당병원운영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

정관은 서울대병원장이 두 개 의료기관(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운영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장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인 1인1개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이 된다.

마침 주요 언론이 최근 제기한 서울대병원의 1인1개소법 위반 여부에 대해 복지부가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은 해당 법안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는 “의료법인 및 민법·특별법상 비영리법인은 정관에 근거해 복수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가능하다”며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타 대학병원 등은 이 법에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의 정관이 의료법보다 우위에 선다는 발언으로 판단할 우려가 높다.

1인1개소법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내 의료기관의 외국인 환자 유치와 국외진출과도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의료기관의 국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유치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를 믿고 중국과 러시아 등 국외에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협진을 하는 의료인들은 모두 1인1개소법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국내 의료기관의 국외진출은 1인1개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이는 의료의 질을 위해 의료인의 공간적 제약을 둔다는 1인1개소법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해석이다.

국내 의료기관이 국외에 나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의료인이 국외까지 나가 운영에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인1개소법 취지와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헌을 주장하는 의료계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개정 의도 자체가 국민의 보건 향상이나 공공적 목적에 있지 않고 일부 집단의 사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사익을 우선한 개정 목적을 첫 번째로 꼽았다.

두 번째 이유로 “개정안이 충분한 검토 없이 74일 만에 졸속으로 통과”를 꼽았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제처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의료인의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경영까지도 금지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 역시 법안 개정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의 공청회 없이 법안이 통과됐다.

1인1개소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의료계는 “부정적 보고서를 제출한 복지부가 이 법을 일관적으로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 어려운 일이다”며 “그러니 복지부가 1인1개소법 앞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1인1개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지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이제라도 1인1개소법의 정당한 입법 취지를 되살리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