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 억지춘향 참가 C와 S제약사···“홍보 할 것이 없다”

억지춘향
고대 소설 <춘향전>에서 변 사또가 춘향에게 억지로 수청을 들게 하려고 구슬리고 어르다가 끝내는 핍박까지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우겨서 겨우겨우 이루어지게끔 만든 일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제약사를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에 억지춘향으로 또다시 참여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대한병원협회 주관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가 열렸다. 다음날 21일 찾아간 박람회에서 기자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참여한 C제약사와 S제약사를 다시 만났다.

C사와 S사가 이 박람회에 억지춘향으로 참가했는지 자발적으로 참여했는지는 타 제약사와 비교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또 다른 제약사 동국제약과 JW바이오사이언스 부스와 비교하면 이건 뭐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jw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참여한 JW바이오사이언스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참여한 동국제약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참여한 동국제약

동국제약과 JW바이오사이언스는 사진에서 보듯 박람회에 자사 제품을 홍보하러 왔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C사와 S사 부스는 휑하고 찾는 방문객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직원이 있는 C사 부스로 먼저 갔다. C사 부스에는 제품 소개 브로슈어와 박스가 전부였다. 제품은 멀티챔버 수액제다.

제품 홍보를 하기 위해 나온 C사 직원에게 “인쇄물 말고 실제 멀티챔버 수액제를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C사 직원은 “부스에는 제품이 없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인은 이미 멀티챔버 수액제를 잘 알고 있으므로 굳이 제품을 가지고 나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일반인이 구매할 수 없는 의약품이므로 전시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을 듣자니 박람회에서 딱히 홍보할 것이 없는 C사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보였다. 그도 “그렇기는 하다”고 동의했다.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참여한 C사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참여한 C사

그럼 C사는 왜 성격이 맞지도 않는 박람회에 나왔을까?

이에 대해 그는 병협의 박람회 참여 요청에 회사 윗선이 결정을 내릴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하지만 C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C사 부스 바로 옆 S사 부스에는 식욕촉진제 브로슈어만 덩그러니 있고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가 2시쯤이었다.

그래서 C사 직원에게 혹시 S사 직원이 언제 오는지 알고 있냐는 물음에 그는 한참 동안 안 보여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점심을 먹으러 간 거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S사 직원이 부스에 올 때까지 부근을 서성거렸다. 30분 정도 지나서야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이 함께 부스에 왔다.

행사장에서 부스를 비워 놓지 않기 위해 교대로 식사를 하기 마련이다. 점심을 먹으러 갔든 안 갔든 직원 둘이 함께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홍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참여한 S사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참여한 S사

S사가 홍보하는 제품은 식욕촉진제로 일반의약품이다. 이 제품도 박람회 성격과 맞지는 않지만 그나마 일반인에게 소개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그래서 S사 남자 직원에게 식욕촉진제 제품을 직접 볼 수 있는지 묻자 “왜 제품이 있어야 하죠”라며 정색했다.

S사는 박람회에 식욕촉진제를 홍보하러 온 것 아니냐, 그럼 브로슈어뿐만 아니라 제품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직원 두 명을 박람회에 파견 보냈다는 것은 교대로 부스를 맡으라는 뜻인데 왜 함께 자리를 비웠는지 물었다.

S제약사 관계자는 “점심을 먹으러 함께 갔거나 박람회에서 준비한 세미나를 함께 가지 않았을까 추측된다”고만 말했다.

C사와 S사 직원의 무신경한 행동과 말의 원인은 박람회 참석을 억지로 나왔다는 데 있다. 게다가 C사와 S사의 억지춘향 박람회 참석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국제병원의료산업 박람회(K-Hospital Fair)’에서도 C사와 S사 직원은 이번과 똑같았다.

제약사 직원들 돈 내고, 4일간 벌선 이유

그 당시 S사 직원은 기자에게 “홍보를 해야 하니깐 나왔는데, 별로 할 것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왜 제약사는 필요도 없는 박람회에 참석해야만 할까. 병협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병원이나 의료인에게 항상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제약사의 처지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