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졸속 추진 중단과 마약법 재개정해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지난달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대해 의약계 현실과 전혀 맞지 않고 중복 예산 낭비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성명서 전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그동안 정부의 마약류 관리·감독 강화를 지지해 왔다. 특히 관리영역 밖에 있는 비급여 마약류 사용을 DUR 등의 제도를 통해 더 강하게 관리 감독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개정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마약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야심 차게 도입하기로 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현 실정과 전혀 맞지 않으며 제도 도입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며 중복적인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어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준비과정에서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보면 식약처의 이 사업이 마약류 관리에 더 혼란을 부추기고 보건의료 현장에서 마약류 관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판단된다. 식약처는 제대로 된 준비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1, 2차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병원 및 약국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마약류는 크게 탐닉성이 강한 마약과 상대적으로 탐닉성이 덜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나뉜다. 마약의 경우 주로 대형병원과 일부 병·의원, 약국에서만 취급하며 향정신성의약품은 거의 모든 병·의원과 약국에서 취급하고 있다.

마약에 관한 1차 시범사업은 2015년에 페치딘주사, 모르핀주사, 펜타닐주사, 코데인정, 마이폴캡슐, 듀로제식패치 등 7개 품목에 대해, 서울 강남 등 부산, 인천, 광주, 대전, 경기 고양지역에서 해당품목을 취급하는 약국, 병·의원 등 369개소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1차 시범사업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향정약을 대상으로 한 2차 시범사업을 약 10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고, 내년 마약, 향정약 의무 보고화를 강행하기 위한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유일하게 시범사업을 한 약사회 강남구 분회에서는 2016년 8월 11일 서울 분회장협의회에서 2015년 1차 시범사업을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강남구에서 마약을 취급하는 약국 36곳 중 16곳이 초기에 참여했지만, 대부분 리더기 불량과 프로그램 충돌로 실제 참여약국은 2~3곳에 불과했으며, 그 기간도 2주 남짓으로 짧았다. 이마저도 약국에서 시범사업 해당 사이트에 확인하려 했지만, 보고기록이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고 한다. 담당자에게 문의하였으나 시범 기간이 끝나서 전부 삭제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10월 26일 강남구약사회와 진행한 간담회 자리에서 식약처 담당자는 1차 시범사업의 실패와 2차 시범사업의 진행 미비에 대해 ‘시범사업은 하루만 해도 되며 시범사업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으며, 시범사업은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하고자 하는 사업이며 법이 통과했으므로 무조건 시행하는 제도’라고 못 박았다고 한다.

마약류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 유통, 사용의 투명화와 오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제도의 도입배경과 목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현행 법령으로도 향정신성의약품은 보건소를 통한 상시적인 감시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마약은 매월 보건소에 서면 보고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제도를 들여야 한다면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을 무조건 소포장 팩 단위로 생산 및 수입해야 하며, 병·의원의 처방 역시 팩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 약국에서도 현행 약포지에 다른 약과 같이 포장하는 방식이 아닌 팩 전체로 환자에게 조제되어야 할 것이다.

마약이나 향정약은 마약법으로 특별히 규정하고 관리하는 의약품인 만큼 식약처에서 생산단위나 처방단위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현행처럼 마약 및 향정약이 100정, 500정 등 단위로 생산, 포장되고, 처방 역시 특정 단위가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별 일련번호 보고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무리하게 추진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는 리더기 강제 구매에 관한 것이다. 약통마다 부여되는 RFID 일련번호를 읽기 위해서는 고가의 리더기를 구매해야만 한다. 이것은 제조업자뿐만 아니라, 도매업자, 일선 병·의원 약국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한 기관이 하나의 리더기만으로 업무처리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수십 개의 리더기가 있어야 업무처리가 가능한 기관도 있을 수 있다. 거의 모든 병·의원 및 약국, 도소매업체가 최소 1대 이상의 리더기를 사들여야 하는데, 그 이권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혹여, 식약처가 특정 업체들에 이익을 주기 위해 급히 서두른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서두른다고 해서 되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기존 제도를 보강하면서 마약류의 안전관리를 할 방법도 없지 않다. 가령, 현재 시행하고 있는 DUR 제도를 이용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한 축인 심사평가원에서 운영 중인 의약품안전서비스(DUR)시스템은 대부분의 병·의원, 약국 등이 수년째 참여를 하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약국 등에 공급되는 의약품은 공급자(의약품도매상, 제약회사 등)가 매월 심사평가원 의약품정보센터에 각 약국 등에 얼마만큼 공급이 되고 있는지 자료를 전송하고 있다.

공급된 양과 건강보험에 청구된 양이 다르면 정부 및 산하 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유통단계과정을 더하면 유통에서 투약까지 관리할 수 있다. 마약류 의약품의 공급, 유통, 처방과 조제에 있어 급여, 비급여와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DUR 시스템에 의무 보고토록 하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의사의 진료 처방 단계에서 DUR을 통한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비급여 포함)의 중복처방, 오남용 처방 등이 제한되어야 한다. 비급여 등을 포함한 중복 처방전, 오남용 처방전 등이 처방단계에서 시스템적으로 제한되지 못하면 마약류 관리 시스템은 반쪽짜리 시스템으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 식약처가 보여주는 전시행정식 마약류관리시스템의 강행은 일선 업무를 마비시킬 뿐이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식약처의 일방통행식 졸속정책에 병원, 약국, 도매상, 제약회사 등 보건의료계의 모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식약처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마약법을 재개정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강행을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