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의사가 구속됐다.

지방에서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수년간 국고보조금을 받았는데,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상황을 허위로 작성해 보조금을 받아낸 죄다.

그는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받아왔던 국고보조금과 응급가산수가를 5배수로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수십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그리고 의사면허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평생을 의사로 살아온 그는 말년에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허위로 문서를 작성해 응급실 운영에 따른 국고보조금을 받은 죄목으로 그 지역에서 구속된 의사는 1명이지만 기획수사에서 약 6개의 병원이 적발됐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속된 의사는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국고를 축낸 사기꾼’과 다름없다.

그런데 내막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사안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지역응급의료기관 기준은 응급실전담의사 2명 이상, 응급실전담간호사 5명 이상이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병원은 이러한 의료인력 고용이 매우 어렵다.

이유는 뭘까.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에 따르는 원가보전율은 기관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약 40(지방의 중소형 의료기관)~80%(대형 의료기관)로 알려져 있다. 운영할수록 손해인 셈이다.

정부가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국고보조금을 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의료기관이 정부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고 충분한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결국, 대다수 민간의료기관은 손실이 발생하는 응급실 운영을 보조금을 받아 지속하느냐 문을 닫느냐의 선택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이번에 구속된 60대 의사처럼 허위문서를 작성하며 응급실을 유지하다가 된서리를 맞게 되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대다수 지방의료원은 수백억원의 적자를 안고 있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안고서도 문을 닫지 않고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세금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공의료기관의 적자에 대해 ‘착한 적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렇다면 민간의료기관의 적자는 ‘악한 적자’인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은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불공정에 대해서만큼은 눈을 감는다.

이 불공정한 경쟁이 지속하는 이유는 의사의 사명감 때문이다.

60대 의사는 더 이상 의사의 사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사의 사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불공정한 경쟁을 거부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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