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더 이상 사용할 항생제 없다”···대안은 ‘생약제제’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세계 보건 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다제내성 혹은 다중약물내성(MDR:multidrug-resistant) 감염에 대처하기 위한 항생제가 거의 개발되지 않고 있다. 다중약물내성이란 여러 가지 항생제에 모두 내성을 가진 성질을 의미한다. 현대에 이르러 항생제는 양식장이나 가축장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제내성균이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그림과 같은 거대한 세균 배양접시에 9개의 구역을 나눈 다음 가장자리에서부터 10배 강한 항생제를 미리 뿌려 놓는다. 그리고 세균이 어떻게 얼마나 빠른 속도로 번식해 나가는지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구역에서도 세균이 번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림에서와같이 항생제 내성이 생긴 균이 점차 자라기 시작하고 곧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균들이 그 구역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10배 강한 항생제를 사용한 다음 구간으로 세균이 번식하게 되고 결국에 세균은 세균 배양접시의 모든 구역을 차지하게 된다.

사진 1. 출처 하버드 메디컬 스쿨
사진 2. 출처 하버드 메디컬 스쿨
사진 3. 출처 하버드 메디컬 스쿨

이렇게 전체 세균 배양접시에 세균이 확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1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실험에 사용된 세균은 E.coli(Escherichia coli)로 온혈동물의 소장이나 대장에서 발견되는 대장균이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는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발견한 페니실린(Penicillin)이다. 1928년 9월 28일 스코틀랜드의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이 곰팡이가 세균을 없애버린 것을 보고 그 곰팡이를 연구해 페니실린을 얻었다.

페니실린은 세균이 세포분열을 할 때, 세포벽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차단한다. 세포벽이 없는 인간에게는 무해하면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의 발견은 인류가 질병과 싸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균들은 몇 년도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을 파괴하는 ‘베타-락타메이스(Beta-lactamase)’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돌연변이가 나왔다. 1940년대 말에는 포도상구균의 50% 이상이 페니실린 내성을 가진 돌연변이였다.

이에 1960년대에는 페니실린에 이어 ‘메티실린’이, 1980년대에는 ‘세팔로스포린’이 등장했으나 이들 항생제 모두 내성을 가진 균이 생겨나기를 반복했다. 즉,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이에 내성을 가진 균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메티실린은 Beecham에 의해 1959년 개발된 페니실린 계열 베타락탐 항생제이다. 내성균이 증가하여 반코마이신이 발견된 이후로는 이 항생제를 거의 쓰지 않는다. 내성균을 표현할때, 메티실린 저항균을 의미하는 MRSA를 지칭할 때 쓰이는데, 이때의 메티실린은 페니실린 계열에 대체어로서, 가장 광범하게 쓰이는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의미하고, MRSA 역시 페니실린 계열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황색포도상균을 의미한다.-편집자 주

그렇다면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생약제제를 개발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51개 항생제와 11개 생약제제가 개발되고 있다.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생약제제가 항생제를 대체할 것’이라고 WHO 보고서 작성자 피터 베이어 박사는 말했다. 생약제제란 천연자원에서 특정 물질을 추출한 것을 의미한다.

한편 2015년 중국의 투유유(屠呦呦)는 말라리아 치료의 특효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받았다. 그는 “칭하오쑤(靑蒿素·아르테미시닌)의 발견은 중의약이 단체로 발굴한 성공적 모범 사례”라면서 “이번 수상은 중국의 과학사업과 중의약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큰 명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통 약초인 ‘개똥쑥’이란 풀에서 말라리아 치료성분을 찾아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출처 YTN)

투유유와 피터 베이어 박사의 발언에서 우리는 다중약물내성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최초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인류는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승리한 줄로만 알았지만, 인류는 강한 내성균으로부터 다시 위협받고 있다. 다중약물내성균에 대한 해답은 또 다른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주위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생약제제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