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기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겨줍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환자의 부작용 호소와 이를 인지한 의사의 보고로 의약품 부작용 폐해가 수집되고 걸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국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이러한 최소한의 여과장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일반의약품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가장 많이 찾고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하나인 소화제 ‘까스활명수’에 대해 들여다보았습니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의약품 1호 활명수’는 어떤 약이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으며, 개선점은 없는지 살펴 보고자합니다 .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소화 안 된다고 ‘활명수’ 마시다 속 버린다
2. 전문가도 설마 하는 “임산부 ‘활명수’ 복용 안 돼요”
3. [단독] 임산부의 현호색 복용 위험성 증명한 논문 입수
4. 활명수 부작용, ‘적극 알려야’ vs. ‘소비자가 알아서 할일’

과식으로 소화가 안될 때 소화제가 단 번에 해결해준다는 제약사의 광고를 자주 접한다. 제약사가 홍보하는 만큼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소화제가 더부룩한 속을 달래고 복통을 멈추는 효능·효과를 갖고 있기는 하다.
 

동화약품 까스활명수 광고

그래서 단순한 소화기능 이상으로 소화제를 한두번 복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난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가 아픈 증상은 누가 더 자주 겪을까.

상한 음식이 아닌 이상 건강한 사람보다는 평소 소화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니 역류성식도염이나 위염같은 소화기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소화제를 더 찾게 된다.

이처럼 위장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어 마신 소화제가 소화기질환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위궤양이나 위암같은 중증 환자가 장기간 소화제를 복용할 경우 실제로 증상이 완화되는 듯한 효과 때문에 병을 키운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환자들이 계속 소화제에만 의존하다 위장병이 계속 진행돼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은 마셔보았을 동화약품 ‘까스활명수큐’의 어떤 성분이 소화기질환자에게 치명적일까.

까스활명수큐의 주성분은 △육계(30mg) △정향(12mg) △건강(12mg) △육두구(6mg) △창출(3mg) △아선약(100mg) △현호색(180mg) △진피(250mg) △후박(50mg) △L-멘톨(16mg) △고추틴크(0.06mL)와 탄산이다.

감초를 뺀 평위산(창출·진피·후박)에 뜨겁고 매운맛을 가진 약재(육계·건강·현호색·육두구·고추틴크)를 넣고 휘발성 정유 성분(아선약·L-멘톨·정향)을 섞은 후 탄산으로 마무리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각 약재마다 부작용을 갖고 있지만 특히 소화기질환자에 치명적 부작용을 유발하는 성분으로 △고추틴크 △L-멘톨 △탄산을 꼽을 수 있다.

동화약품 까스활명수

고추틴크는 고추를 에탄올로 침출한 틴크제다. 쉽게 말해 고추기름이다. 고추의 효능·효과는 위액 분비 촉진, 식욕 돋움, 혈액 순환 촉진과 신경 전달 세포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진통작용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고추의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에 있다. 사람의 위에는 캡사이신에 예민한 신경이 분포한다. 캡사이신이 이 신경을 자극해 복통을 유발한다. 위를 자극한 캡사이신은 위 점막손상, 설사, 간기능을 해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까스활명수큐의 고추틴크는 역류성식도염, 위염, 위궤양을 앓고 있는 소화기질환자에게는 치명적 물질이 될 수 있다.

L-멘톨은 독특한 상쾌감이 있으며 냄새가 나는 무색의 침상결정으로 물에는 거의 녹지 않으나 에탄올·에테르·클로로포름에는 잘 녹는다. 박하사탕이나 목캔디를 먹으면 상쾌해지는 이유가 L-멘톨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장내 가스 배출, 통증 완화, 구역 및 구토에 사용된다. 가슴과 배가 차면서 아픈 증상에 사용되고 위를 따뜻하게 하는 작용을 갖고 있다.

이같은 작용뿐만 아니라 위와 식도를 과도하게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며 근육떨림, 운동실조증, 맥박을 느리게 하는 부작용도 갖고 있다. 역류성식도염과 위염을 앓고 있는 소화기질환자가 L-멘톨을 섭취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과도하게 섭취하면 피로와 무관심 증상이 나타나고 오심, 구토, 탈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L-멘톨 위해성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인체건강에 미치는 유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추가연구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지만 피부 및 눈에 염증을 일으키는 특성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문을 내놨다.

소화가 안될 때 탄산음료를 마시면 더욱 소화가 잘 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산성을 띠고 있는 발포성 기체가 위벽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위장의 운동을 돕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자주 먹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위산과다, 위염,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등의 소화기질환을 갖고 있거나 쉽게 속쓰림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탄산이 오히려 혹 떼려다가 혹 붙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탄산의 발포성 기체와 강한 산성액이 상처난 위벽을 자극해 질병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위 상단의 괄약근인 위문부 수축을 약화시켜 위산의 역류를 야기하기도 한다. 위산 역류로 산에 대한 방어체계가 약한 식도는 쉽게 상처받는다. 역류성식도염 환자는 증상이 더 악화된다.

사진 1. 냉장고 긴급 점검! 위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은?(출처 MBN 천기누설)

 

사진 2. 냉장고 속 위염을 악화시킨 원인, 탄산수와 각종 음료(출처 MBN 천기누설)

 

사진 3. 냉장고 속 위염을 악화시킨 원인, 탄산수와 각종 음료(출처 MBN 천기누설)

 

사진 2. 냉장고 속 위염을 악화시킨 원인, 탄산수와 각종 음료(출처 MBN 천기누설)
사진 2. 냉장고 속 위염을 악화시킨 원인, 탄산수와 각종 음료(출처 MBN 천기누설)

탄산이 위벽을 자극해 소화기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에 동화약품 관계자는 “탄산에 대한 논란은 탄산음료의 섭취에 대한 문제점에서 비롯된 오해로 생각된다”며 “탄산음료는 상당량의 당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섭취량을 제한할 수 없는 점 때문에 비만, 충치, 당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이 마치 탄산의 문제처럼 인식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의약품(까스활명수큐)은 용법·용량에 의해 복용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섭취량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음료∙식품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탄산음료가 위장관계에 끼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평가한 최근 논문에서 탄산음료 300ml를 초과 복용하는 경우에는 위장에 생리적인 영향(위배출, 팽만감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는 주장을 했다.

동화약품은 일반의약품인 까스활명수큐를 탄산음료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 탄산음료가 위장에 생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가져다 탄산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액제소화제에 탄산을 미량 첨가하는 것은 한약의 쓴맛을 줄이고 청량감을 제공해 복약순응도를 증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추가했다. 탄산수가 기능성 소화불량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내용과 동화약품의 주장을 종합해 분석하면 휘발성 정유 성분의 L-멘톨과 탄산을 굳이 까스활명수큐에 첨가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첨가 목적이 소화에 도움되는 것이 아닌 청량감 제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화기질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부작용까지 있으니 말이다.

휘발성 정유 성분의 고추틴크도 마찬가지다. 까스활명수큐의 주성분도 아니면서 작용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고추틴크 복용으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다.

사실 고추틴크와 L-멘톨은 소화제보다는 탈모치료제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피부를 자극하는 작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피를 자극해 모발이 새로 자란다면 고추틴크와 L-멘톨의 피부자극 부작용은 더 이상 부작용이 아닌 것이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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