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독성물질 ‘PFOA’ 체내농도 ‘대구 여성’ 가장 높게 검출

그린피스가 최근 전 세계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11개의 총 40개 제품을 전 세계 3만여 명의 시민과 함께 선정해 유해 화학물질 PFC(Poly- & Perfluorinated Chemicals: 과불화화합물) 포함 여부를 조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달 2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포츠·아웃도어 용품 박람회 이스포(ISPO) 현장에서 공개됐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마무트, 컬럼비아, 하그로프스 등 전 세계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제품에서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PFC가 검출됐다. 조사 대상 11개 브랜드 중 PFC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브랜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 40개의 제품 중 단 4개 제품에서만 PFC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극히 소수이긴 해도 조사 대상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 가운데 PFC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들이 있다는 사실은 PFC에 대한 친환경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PFC는 다양한 산업 공정과 소비재에 사용되며, 특히 아웃도어 산업에서는 제품의 방수 기능, 먼지 방지, 통기성 등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다. 인공화합물인 PFC는 구성 탄소의 개수에 따라 ‘긴 사슬’ PFC 또는 ‘짧은 사슬’ PFC로 분류되며, 또 성질에 따라서 ‘이온성’ PFC나 ‘휘발성’ PFC로 분류된다. 즉, 구성 분자의 종류와 결합에 따라 다양한 PFC가 있는 것이고, 이 화합물질의 집합을 통틀어 PFC라 부른다.

그린피스는 이번 분석 결과, 휘발성을 띈 물질을 포함해 유해성과 잔류성이 강한 여러 종류의 PFC가 다양하게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의 제품 조사 결과 PFC가 검출된 제품들
그린피스의 제품 조사 결과 PFC가 검출된 제품들

특히, 노스페이스의 침낭에서는 이미 EU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에서 고위험성우려물질(SVHC)로 분류하며 사용금지를 권고한 PFOA가 무게당 가장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PFOA는 이온성 긴 사슬 PFC의 일종으로,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어붙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되던 코팅제 ‘테플론’으로도 잘 알려진 물질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유해성이 입증된 PFOA는 암세포 증식, 성장억제, 호르몬 및 면역체계 이상 등의 질병과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이스포 기자회견 현장에서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의 캠페이너이자 PFC 전문가인 만프레드 산텐(Manfred Santen)은 “PFOA와 같은 유해물질의 사용을 이미 중단했다는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의 주장과는 달리, 여전히 많은 제품에서 PFOA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긴 사슬 PFC가 발견되었다”며 이번 조사로 드러난 아웃도어 제품의 실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여러 브랜드의 제품에서 휘발성을 띄는 PFC가 전반적으로 많이 검출됐다. 일부 휘발성 PFC는 대기 중 흡수되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유해성이 높은 긴 사슬 PFC로 변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에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블랙야크의 재킷에서는 휘발성 긴 사슬 PFC인 8:2 FTOH(플루오로텔로머알코올)와 10:2 FTOH가 검출됐다. 긴 사슬 FTOH는 독성과 잔류성이 특히 강한 PFOA로 변환될 수 있는 물질이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결과다.

휘발성을 띈다는 것은, 대기 중을 떠돌며 이동하다 우리가 호흡할 때 신체로 유입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웃도어 매장 안의 공기를 고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이 없는 방 안의 공기와 비교했을 때, 매장 안의 공기에서 휘발성 PFC의 농도가 더 높게 검출되었다는 것을 보여 준 연구 결과도 있다.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진 않았지만 해외에서 입지가 큰 파타고니아는 대표적으로 친환경적인 이미지가 강한 아웃도어 브랜드다.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재킷에서도 역시 PFBS, PFHxA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짧은 사슬 PFC가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짧은 사슬 PFC의 유해성에 관한 연구는 아직 긴 사슬 PFC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짧은 사슬 PFC 역시 긴 사슬 PFC만큼이나 자연 내 잔류성이 강하며,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거론되는 물질이다. 또한, 짧은 사슬 PFC는 긴 사슬 PFC보다 이동이 더 자유롭고, 반면 정화과정에서 걸러지는 것은 더 힘들어서 식수에서는 긴 사슬 PFC보다 더 많이 발견되기도 한다.

PFC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한번 배출되면 분해가 어려워 오랜 시간 주변 환경에 잔류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청정 고산 지대와 북극곰의 간에서까지 PFC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PFC의 이동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바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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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PFC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생물 체내에서 발견됐고, 일부는 사람의 혈액과 심지어 모유에서마저 검출됐다. 이처럼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지난 2004년 대구 가톨릭대 의과대학의 양재호 교수가 미국 뉴욕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참가한 9개국(한국, 미국, 이탈리아, 인도, 등), 12개 지역의 피시험자 가운데 국내 섬유·직물 산업이 집중된 대구 거주자의 혈액에서 가장 높은 농도의 PFOA가 검출됐다. 특히 대구 여성의 혈액에서는 다른 지역 대상자보다 3∼30배 수준의 PFOA가 발견됐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지역 환경 PFC(과불화화합물) 오염 실태 보고서’를 통해, 관련 산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산간 호수 지역에서까지 발견되는 PFC의 흔적과 그 위험을 재조명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역시 한국, 대만, 홍콩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청정지역 15곳에서 발견된 PFC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이스포 기자회견 현장에 함께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하보미 캠페이너는 “이번 조사 대상 제품 대부분에서 PFC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아웃도어 산업이 그간 세계 곳곳의 청정지역 및 동물과 인간의 체내에서 발견된 독성물질의 흔적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전 세계 38개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과학자는 사전예방법칙에 따라 섬유를 포함한 모든 소비재의 생산공정에서 모든 종류의 PFC 사용과 배출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마드리드 성명서(Madrid Statement)’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PFC에 대해 점차 더 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사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유해성 없는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알 권리가 있는 우리 소비자들도 이제 더 이상은 PFC의 사용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며 “소비자가 입을 모아 아웃도어 브랜드에 PFC를 퇴출시키라 요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또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 삶의 터전이 앞으로도 계속 유해 화학물질 PFC로 오염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