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치매 치료제’ 보험 급여 중지···효과 적고 부작용 커

[그 약이 알고 싶다] 치매에 약이 있다는 희망부터 버리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약 5000만명이라고 한다. 남한 인구수에 맞먹는다. 각 국가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치매 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를 국가 보건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WHO, OECD, UN 등 국제기구도 국제적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문재인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를 천명하며 치매안심센터 설치,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치매 의료비 부담 완화, 치매 진단·치료제 등에 대한 중장기 연구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발표가 있었다. 전 세계에서 치매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약제는 총 4가지인데 프랑스 정부가 지난 8월 이들 약에 대한 보험 급여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들 4개의 약이 첫째, 효과가 미미하고 일시적이며 둘째, 심각하고 때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나타내며 셋째, 다른 약들과의 상호작용이 너무 많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약들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 약제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frontal lobe atrophy on MRI film probably Frontotemporal Dementia

프랑스는 환자들과 그들의 고통 받는 가족들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약에 의존하는 시대를 끝내고 실질적인 육체적, 정신적 지원을 받을 방안에 정부의 기금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그동안 치매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메만틴은 병의 진행을 막거나 치료해 주는 약들이 아니라 증상을 약간 늦춰주는 약에 불과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도네페질을 복용한 환자들은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 단 3점이 개선됐고(70점 등급), 메만틴을 복용한 중등도 환자들은 인지 능력 개선에서 3점(100점 등급), 일상생활 수행 개선도는 1점(54점 등급), 행동 개선은 3점(144점 등급) 상승을 보여주는 등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끊이지 않아 왔다.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등은 심박수를 느리게 하거나 심차단, 실신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됐으며 메만틴은 어지러움, 두통, 췌장염, 신부전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주목해서 보아야 할 점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 대다수 환자가 만성질환 약들을 이미 많이 복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츠하이머 약들은 심장약, 혈압약, 신경병약 등 수많은 약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를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기대 수명이 길어진 이 시대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주사 한 방, 혹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완벽한 알약 하나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에게 그런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지난 15년간 약 120개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연구들이 실패로 돌아가고 거의 매년 거대 초국적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무릎을 꿇는 것을 보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쉽사리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프랑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주목할 만하다. 별 의미 없는 치료제보다는 실제 환자들의 일상생활과 그 보호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에 공적 자금을 투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은 치매국가책임제를 외치는 우리도 새겨봄직하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전혀 다른 의미로 만만치 않은 것이 국내에서는 심지어 치매예방약, 뇌영양제라는 미명으로 효과 불능의 약도 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진정 국가가 무엇인가를 ‘책임’지겠다고 한다면, 쓸모없는 것들을 거둬내는 작업을 먼저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책임이라는 꽃은 잡초더미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