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도 수영 코치가 될 수 있다”

[인터뷰] 생존 수영 '잎새뜨기법' 전파하는 대한파킨슨병협회 김철기 운동담당 이사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파킨슨병은 뇌 병변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수영코치가 장애인과 어린이, 노약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실전 생존수영술을 보급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화제이다. 시간이 갈수록 운동장애가 심해지는 파킨슨병과 싸우면서 수영코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그를 만나면서 바로 풀렸다.

김철기씨(사진)는 경력부터 독특하다. 서울대, 명문 와튼스쿨 MBA 학력에다 한국은행에서 10여년 근무했고 최근까지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20년 가까이 활약한 베테랑 국제전문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한파킨슨병협회 김철기 운동담당 이사
대한파킨슨병협회 김철기 운동담당 이사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던 그가 불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을 확진 받은 병원에서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남은 하루하루를 세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의료진에게 약속한 일화는 SNS를 통해서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미담이다.

그는 해가 거듭되면서 병이 진행되어 거동하기가 점차 힘들어져 갔지만 한 번도 그때의 다짐을 어겨본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자칭 행복 전도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파킨슨병 확진을 받은 뒤 곧바로 체력 회복을 위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해 아침저녁으로 매일같이 해온 그의 누적된 수영거리가 바다 수영을 포함하여 무려 2000킬로미터는 족히 넘을 거라고 한다. 수영의 장점을 확인한 그는 장차 수영코치가 되어 장애인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영법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데 집중해 왔다.

지난해는 장애우들에게 필요하겠다 싶어 요가스트레칭을 수영에 접목한 ‘요가수영’을 개발, 9월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파킨슨병 포럼에서 아내 민씨와 함께 요가수영법을 발표하고 시연한 바 있다.

이어서 이 요가수영법에서 사용된 잎새뜨기법(사진)을 활용해 개발된 실전 생존 수영 및 생존술을 국내외에 알리고 보급하고자 열심히 뛰고 있다. 이 실전 생존술과 생존 수영법은 사상 유례없이 아무런 보조장비가 없이 맨몸으로 바지와 신발을 신은 채 물 위에 장시간 체력소모가 없이 구조대를 기다리는 기술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10시간 내외의 훈련을 통해 습득하면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요가수영법에서 사용된 잎새뜨기법
요가수영법에서 사용된 잎새뜨기법

그가 속해 있는 자원봉사대가 이미 필리핀 민도로 섬에서 주민들을 훈련시켜 왔으며 지난달 1월 28일에 파도가 거친 바다 한가운데서 한 시간 반 동안 실전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를 토대로 오는 4월 7일에 이 섬 청소년 수백 여명을 이틀간 훈련시켜 바다 위를 한 시간 동안 손에 손잡고 가만히 떠서 구조를 기다리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나요?

그렇습니다. 검정 벨트가 3개입니다(웃음)

-파킨슨병 환자이면서 수영코치라고 들었습니다. 파킨슨병을 앓은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그리고 수영 코치를 하던 중 파킨슨병을 얻은 것이 아니라, 발병 후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해서 코치 자격을 얻으셨는데, 다른 운동도 많은데 특별히 수영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7년 되었습니다. 저는 확진 받은 그 자리에서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남은 하루하루를 세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의사 선생님께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이 든 사람도 무릎관절에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은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파킨슨병은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데 수영은 좌우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발병 후 바로 시작하게 되었죠. 제가 수영법을 가르쳐 드린다고 하지만 사실은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웃음)

-파킨슨병에 수영이 도움된다면 다른 환자들도 배우고 싶어 하겠는데요

파킨슨병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태극권’, ‘요가’, ‘걷기’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수영도 그에 못지않은 효과가 있습니다.

-실전 생존 수영이란 어떤 것입니까

아무런 보조장비가 없이 바지와 신발을 신은 채 물에 떠서 장시간 체력소모 없이 구조대를 기다리는 기술입니다. 물 위에 누운 자세로 떠 있기 때문에 ‘잎새뜨기’라고 부릅니다. 누구나 10시간 내외의 훈련을 받으면 가능합니다.

특히 환자를 비롯한 노약자들이 이 생존술을 배워둬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상시 가장 에너지 소모가 적은 영법이기 때문입니다. 또 평상시에는 저처럼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운동으로 파킨슨병 환자와 그리고 노약자도 잠깐 배우면 바로 따라 하실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행사를 하지 않고 필리핀까지 가서 실전 생존수영술을 보여주려는 이유가 있나요

네. 제가 이사로 있는 대한파킨슨병협회(KPDA:Korean Parkinson’s Disease Association)가 그동안 매년 4월 11일 세계파킨슨병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해 왔는데요, 올해엔 저도 기념행사의 하나로 참여하여 실전 생존 수영법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합니다.

제게 필리핀은 투병생활을 시작한 곳이면서 동시에 적절한 수온으로 연중 가능한 바다 수영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수영코치로 인생 2모작을 설계한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마닐라의 아시아 개발은행(ADB)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 많은 현지 친구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누구나 훈련받으면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겁니까

그럼요. 비록 실내풀장에서지만 국내의 많은 분을 뜨게 해 드렸습니다. 지난해 11월엔 필리핀 민도르 섬 주민 40여 명이 훈련을 받고 바닷물에 뜨셨습니다. 이들 중 8명과 지난 1월 바다로 나가서 다시 실행해 보았습니다. 일기가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1시간 이상 물 위에 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번 강습받은 영법을 지속해서 잘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오는 8일 오후 2시 파친소(파킨슨병과 친한 장소)인 경복궁역 1번 출구에 있는 카페 보물창고에서 ‘수영으로 넘은 파킨슨병’이라는 주제로 대한파킨슨병협회 회원들과 이야기 모임이 있습니다. 4월 5~6일에는 필리핀 민도로 섬에서 청소년들에게 생존수영술을 가르쳐서 4월 7일 수백 명이 물 위에 뜨는 장관을 연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파킨슨병 환자, 노약자, 장애어린이들을 먼저 지도해 보고, 일반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점차 생존 수영술을 보급해 나갈 계획입니다. 단체로 실전 생존 수영술을 배우실 의향이 있으신 단체들은 연락을 주세요. 저희가 재능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후원과 관심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