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건보료 10년간 2조5천억원 빼내가

환수 금액 6.72% 불과

사무장병원 등의 불법행위로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로 조성한 건강보험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이 과잉진료를 하거나 진료비를 허위 부당 청구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빼내 간 금액이 최근 10년간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등은 의료법이나 약사법상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약사 등을 고용해 의료인(약사)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불법기관을 말한다.

건보공단은 보건의료질서를 파괴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등을 근절하고자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사무장병원 등의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도자 의원(국민의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이 2017년 2월 28일 ‘사무장병원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법률개정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행위 환수 결정 금액 2009∼2018년 2조5500억원

1일 건강보험공단의 ‘사무장병원 등 현황 및 문제점’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부당하게 청구하다 걸린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은 총 1531곳에 달했다.

이 기간 환수 결정된 요양급여비용은 총 2조5490억4300만원에 이르렀다. 보건당국 단속에 걸린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은 해마다 끊이지 않으며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다.

2009년 6곳에 그쳤으나 △2010년 44곳 △2011년 158곳 △2012년 173곳 △2013년 153곳 △2014년 186곳 △2015년 171곳 △2016년 231곳 △2017년 239곳 △2018년 170곳 등이었다.

환수 결정 금액도 2009년 5억55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82억4500만원 △2011년 584억900만원 △2012년 701억9400만원 △2013년 1352억9000만원 △2014년 2506억7300만원 △2015년 3710억1900만원 △2016년 4598억6700만원 △2017년 5458억100만원 △2018년 6489억9000만원 등으로 증가했다.

사무장병원 등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앞세워 불법 개설한 요양기관으로 그 자체가 불법이기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진료비를 청구해 받아내다 정체가 확인되면 건보공단은 환수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실제 환수 금액은 미미한 실정이다. 2009∼2018년 10년간 환수 결정액 중에서 건보공단이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1712억4500만원으로 징수율은 평균 6.72%에 불과했다. 징수하겠다는 고지한 액수 중 거의 대부분을 환수하지 못했다.

사무장병원 사회적 폐해 심각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 증가에 따른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다.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병상 수는 확대하면서 의료인은 최소한만 고용하고, 불법 건축, 소방시설 미비 등 환자 관리와 안전사고예방에는 소홀해 밀양 세종병원 사례처럼 큰 인명피해를 낳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익증대에만 몰두해 항생제·수면제 과다 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신체결박, 과밀병상 운영 등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면대 약국의 경우도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특정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특정 의약품만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등 국민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

사무장병원 등은 비의료인이 무리한 대출을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거나, 고가의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가족과 지인 등을 환자로, 외래환자를 입원환자로 둔갑시키거나, 입원 기간을 늘리는 등 유령 환자를 양산해 부당청구하기 일쑤다.

속칭 나이롱 환자 유치, 하지도 않은 수술비 청구 등 보험사기, 허위환자 유치, 보험사기범과 결탁해 가짜 입원, 과잉진료 등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가리지 않고 진료비를 빼내 가 공사보험재정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보건의료질서를 파괴하면서 국민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 건보공단이 2009∼2017년 최근 9년간 적발된 사무장병원(1273곳)과 기존 전체 누적 의료기관(12만114곳)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무장병원은 병실당 병상 수가 훨씬 많으며, 저임금 의료인력을 활용하는 등 이윤추구 구조로 인해 인프라가 취약했다.

사무장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은 이직하는 경우도 훨씬 잦았다. 이 때문에 사무장병원의 의료서비스는 형편없었다. 의료의 질이 떨어져 같은 연령대의 비슷한 중증도 환자 100명이 입원했을 때 사망자 수(2012~2016년 평균)가 사무장병원은 110.1명으로 일반 병원급 의료기관(98.7명)보다 11.4명이나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진료비도 비싸고 주사제 처방 비율도 높으며, 장기 입원일수도 1.8배나 많은 등 과잉진료를 일삼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보공단, 사무장병원 근절 종합대책 추진 중

이렇게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국민건강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사무장병원 등을 근절하고자 건보공단은 지난해 7월부터 불법개설 의료기관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특히 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의 시행에 따른 재정을 충당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유지하려면 사무장병원 근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무장병원 자체를 세우기 어렵게 설립요건을 까다롭게 바꾸고, 특수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해 상시 전담 단속체계를 구축하며,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의료법인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등 진입단계부터 사무장병원을 불법 개설하지 못하게 차단하기로 했다.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법인 임원 지위를 매매하지 못하게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사회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비율을 제한하고 이사 중 1인 이상은 의료인을 선임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 공무원에게 주어진 특수사법경찰 권한을 활용해 상시 전담 단속체계를 구축하고,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의사가 자진 신고하면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을 면제(리니언시)하며,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감면해주는 제도를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사법경찰이란 사회가 전문화·복잡화됨에 따라 전문적인 업무 영역에 종사하는 행정공무원 등에게 관련 분야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해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는 이날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사경법)’을 심사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법은 의료인이 아니거나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 또는 약국을 개설해 운영하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대해 건보공단 임직원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