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주요 수술 건수는 총 184만여건.

비교적 경증질환 수술부터 심장질환, 뇌종양, 간부분절제 등과 같은 중증질환 수술까지 단순 계산할 경우 하루 평균 5000건 이상의 수술이 의료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루 5000명의 환자를 죽음에서 삶으로, 고통에서 회복으로 구원하기 위해 13만 의사가 일선에서 고군분투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직종은 보람과 자부심이 크다. 사회의 인식과 대우도 높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존경과 신뢰를 받는 직업으로 의사가 꼽힌다.

그런데 대한민국 의사들은 왜 “행복해지고 싶다”며 불행한 현실을 호소할까.

늘어나는 의사 진료량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 수술 통계연보에 따르면, 33개 주요 수술 건수는 2012년 170만9706건에서 2017년 184만989건으로 7.6% 증가했다.

더욱이 인구 고령화로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고관절치환술(24.4%), 백내장수술(5.5%), 스텐트삽입술(4.5%), 슬관절치환술(4.0%) 등의 건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7 주요수술통계연보


앞으로 고령화, 소득증가로 인한 건강에 대한 욕구 증가 등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의사의 진료량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의사 과로사 초래하는 의료현실···의사 희생으로 돌아가는 의료체계

국민 일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7.0회로 OECD 평균(7.4회)보다 2.3배 많다(OECD Health Statistics 2018).

의료이용률이 높고 병·의원 문턱이 낮은 만큼 의사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와 전공의 과로사 추정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사들의 과도한 업무량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또한 전공의들의 경우 1주일에 최대 80시간까지 법에 수련시간을 명시하고 있으나, 사실상의 휴식시간 없이 24시간 대기에 주 7일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어 의사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비례해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안치현)가 2017년 12월 30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9일 공개한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시간 보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 81%가 평소 수면이 충분치 못하다고 응답했으며, 35.9%는 야간당직 시 담당하는 입원환자 수가 평일 주간의 통상 업무시간에 담당하는 입원환자 수의 3배 이상에 달한다고 답하는 등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준법진료를 선언하고 준법진료를 의료계에 완전하게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준법진료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는 한편, 준법진료가 최대한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비용의 전액, 대략 1조원 내외로 추계되는 금액을 2019년 내 국고로 지원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의협 박종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저비용, 고효율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병원이 환자의 안전보다 의사의 희생을 통한 수익창출에만 몰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의사가 충분한 휴식 없이 환자의 상태에 따른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며 “국민과 환자가 안전하고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준법진료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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