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달 29~31일 열린 제1회 아동기 폐렴에 대한 글로벌 포럼(Global Forum on Childhood Pneumonia)에 대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UNICEF),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저렴한 가격의 신규 폐렴 백신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높은 가격으로 인해 폐렴 백신이 도입되지 않은 국가에서 보다 저렴한 형태의 백신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500만명의 아동이 폐렴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폐렴은 주요 아동 사망 원인이다.

폐렴 백신이 도입되지 않은 50여개 국가 중 대부분은 중소득 국가다. 폐렴 백신은 수십 년 동안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통해서만 생산됐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백신을 도입하지 못한 반면, 두 제약사는 폐렴 백신 매출로 현재까지 500억 달러(한화 약 58조9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성인용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


지난해 12월 인도혈청센터(Serum Institute of India)에서 생산한 폐렴 백신이 세 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품질 보증을 획득했다.

기존 화이자와 GSK의 백신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며, 백신 접근성을 개선하고 많은 생명을 보호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혈청센터는 세계백신면역연합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가에는 아동 한명당 약 6달러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백신면역연합이 화이자와 GSK에 지불하는 금액보다 30% 낮은 가격이다. 중소득 국가에는 아동 한명당 최대 11달러에 제공될 계획이다. 두 제약사가 현재 중소득 국가에서 책정한 가격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케이트 엘더(Kate Elder)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백신 정책 선임 고문은 “수 백만명의 아동이 단지 특정한 국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폐렴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기업의 이윤추구로 인한 높은 가격 때문에 많은 중소득 국가가 백신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신규 백신은 모든 국가가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화이자와 GSK 백신의 높은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득 국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극빈국은 세계백신면역연합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아동 한명당 8.75달러)에 폐렴 백신을 구할 수 있으나 중소득 국가는 자력으로 백신 가격을 협상하고 지불해야 하며, 가격은 보다 높게 책정된다.

화이자와 GSK가 각 국가에서 어떻게 가격을 책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이것은 중소득 국가에게 공정한 협상이 불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득 국가의 아동은 폐렴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위험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중소득 국가의 경우 대부분 폐렴 백신이 매우 비싸게 책정돼 있으며, 필리핀에서는 아동 한명당 49달러인 반면 레바논의 경우 245달러로 편차도 매우 크다.

지난 2018년 세계백신면역연합의 지원을 받는 국가의 90%가 폐렴 백신을 도입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중소득 국가는 52%에 그친 결과로 이어졌다.

엘더 선임 고문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높은 가격으로 인해 백신 도입이 불가능했던 국가에 신규 폐렴 백신이 도입될 수 있도록 전 세계 정부와 백신 관련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며 “세계백신면역연합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와 게이츠재단은 신규 백신 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는 데 전념해 빠르게 행동해야 하며, 이것은 전 세계 아동 40%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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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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