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김연수 원장)이 지난 24일 보직자 인선을 단행했다. 눈길을 끄는 인물은 보라매병원장으로서 각종 평가에서 호평을 이끌고, 연구비 수주액을 급상시켰다는 김병관 진료부원장(사진)이다. 김 부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보라매병원장으로 임명된 정승용 전 진료부원장과 맞교대 됐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암 명의로 이름난 정 신임 보라매원장에겐 보라매병원 ‘진료의 질 향상’이라는 과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관 신임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에겐 전 임지인 보라매병원에서와같이 연구비 수주와 각종 평가 기관에 대응을 기대하는 것이리란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9월 11일 보라매병원 제1회의실에서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합의 조인식이 열렸다
지난해 9월 11일 보라매병원 제1회의실에서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합의 조인식이 열렸다

김 부원장에겐  상반된 두 가지 평가가 매겨진다. 의료전문 매체 <데일리메디>에 따르면 “취임 후 각종 평가에서 보라매병원을 상위권에 진입시켰고, 연구비 수주액 100억원 돌파, 뉴비전 선포 등 성공적 운영을 선보이며 연임에 이어 지난해 3연임까지 성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연배로 서울대병원 주요 보직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보라매병원에서 기획담당 교수와 기획조정실장으로 활약하면서 쌓아 올린 업적이 이번 인사에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김 부원장의 임명이 부적합다는 의견이다. 분회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임기 동안 의료공공성을 훼손시키고 병원을 비민주적으로 운영했다”며 “민주적인 운영과 의료공공성 강화에 앞장서야 할 서울대병원의 부원장 자리에 부적합한 인물이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론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과도한 근로로 병원 직원들을 몰고 갔다는 점을 든다. 실제 보라매병원은 특히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1월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간호사 인력 기준 마련 요구 집회에선 보라매 병원 간호사 1인당 많을 때는 10~11명의 환자를 돌본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의 경우 간호사 1인당 평균 5.3명의 환자를 돌본다.

분회 측은 이 밖에도 △환자와 직원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 △직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인사운영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위수탁의 목적과 취지를 훼손하였다 등의 이유를 들어 김 부원장의 임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환자와 직원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는 항목의 한 사례엔 간호사실 몰래카메라 사건이 담겼다. 분회는 “보라매병원 간호사 탈의실 불법촬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피해자가 호소하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을 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병원 내 탈의실에 설치된 카메라로 인해 불법촬영 피해자가 된 간호사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김 부원장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김 원장이 부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서울대병원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며 적합한 인물을 다시 찾기를 요구한다”고 성명을 매듭지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PA 제도 공식화 등으로 의료계 현안 중심에 놓여있다. 국내 최고의 수련기관이라는 위상과 맞물린 여러 현안에 의료단체에서 제기한 인사 문제까지 더해져 의료계 안팎의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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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희 기자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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