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매체가 지난 1일 공개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2017년 12월 중국중앙방송(CCTV)이 촬영한 영상으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진이 아무 장비도 없이 박쥐를 만지다 물리고 수포 같은 자국이 오른다. 맨손으로 배설물을 채집하는 장면도 담겼다. 영국 BBC 등의 외신들은 대만 매체의 보도 내용을 받아 이 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한다.

대만 매체가 공개한 중국중앙방송(CCTV) 영상 캡처
대만 매체가 공개한 중국중앙방송(CCTV) 영상 캡처

2019년 말, 중국 우한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현장이었다. 그간 홍콩의 사스나 메르스 등을 겪었던 중화권에선 유행성 바이러스에 대비했으나 이 신종 바이러스는 방역 경계를 뚫고 우한 전역을 감염시킨 후 이웃 도시로 전염됐고, 중국 전역은 물론 온 세계로 영향권을 넓혀갔다.

각국은 미증유의 바이러스를 두고 ‘우한 폐렴’이라고 불렀다. 주요 증상으로 폐렴을 보였고, 병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라고 모두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명에 지역 혹은 국가 이름을 붙인 전례는 있었다. 메르스는 중동에서 시작된 전염병이란 의미였고,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뇌염이라는 명칭을 아무렇지 않게 쓰던 때가 있었다.

WHO는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지양해 달라는 권고를 내린다. 특정 지역에 대한 기피와 혐오 현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 이례적 지침에 뒤이어 신종 바이러스는 COVID19(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린다. 전에 발견됐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버전이라는 의미와 질병(disease), 2019년에 창궐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WHO의 지침과 새로운 용어의 전파에 힘입어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자국 기원설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많은 연구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가 박쥐라고 추정한다. 그간 나타났던 바이러스의 숙주였고, 우한 지역에도 많이 서식해 광역의 출몰 범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박쥐 체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는 천산갑 등의 중간 숙주를 거치고 이를 식용화 하는 중국 지역의 풍토를 따라 인간으로 흘러들어온다. 

우한 화난시장은 야생동물을 식용 목적으로 거래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대략 3단계에 걸친 바이러스 전파 과정은 그간 많은 연구자가 추정하는 팬데믹의 시작이었다. 홍콩에서 시작한 사스 바이러스와 유사한 경로였다.

대만의 한 매체가 중국 CCTV 영상을 입수해 공개한 영상은 중간 숙주를 생략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인간으로 곧장 전염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진한 심증을 전달한다. 영상 속에서 한 연구진은 박쥐에게 물리며 “바늘로 찔린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물린 자국은 곧장 수포처럼 올라온다. 또 다른 연구진은 맨 손으로 살아있는 박쥐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헤집는다.

연구소의 생물학자 스정리는 “(박쥐와 코로나 바이러스는)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며 “인간을 직접 감염시킬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는 2019년 말 바이러스 유출 책임자로 지목된 적도 있던 인물이다. 이번 영상은 스정리의 연구소 내 승진에 맞춰 CCTV를 통해 방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방역 당국은 물론 정보 기관까지 동원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그해 11월, 정보 기관이 작성한 보고서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소속 연구진 3명이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렸다는 기록이 있었다. 대통령이 이를 발견하고 내린 지시였다. 

대만 매체가 공개한 영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바이러스의 기원과 전파 경로를 확인해 해당 지역의 습속을 파악하는 과정은 재래의 바이러스 창궐을 방지하는 데 실마리를 줄 수 있다.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었다.

이환희 기자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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