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매 노바백스 백신 원액생산 4368억원 매출 계상
자체 개발 코로나19백신 감감무소식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의 연 매출이 1조원에 근접하리라는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매출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시국이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체 생산하는 백신은 감감무소식에 위탁생산하는 백신마저 범용 되지 못한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주고 있는 상황을 두고 SK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 재직 중인 사실이 뭔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4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 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을 5197억원으로 추정했다. 앞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781억원이었다. 이를 더하면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연간 매출액은 총 9978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225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해 만에 7500억원 이상, 약 5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어림셈하면 매출 추정치는 1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21년 매출 1조 5616억 원 추정)와 비슷한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사진 오른쪽)가 지난 2월 16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코로나19 백신 국내 공급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사진 오른쪽)가 지난 2월 16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코로나19 백신 국내 공급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의 이같은 대규모 성장은 많은 부분 정부가 구매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원액생산 매출액 추정치 4368억원이 매출에 계상됐기 때문이다. 매출의 절반이 정부로부터 발생한 셈이다. 애초 세계 4대 백신(AZ, 화이자, 모더나, 얀센)으로 꼽히지 않은 노바백스를 두고 위탁생산을 한다는 데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노바벡스의 수출물량을 소화해준다는 의미의 위탁생산이었기에 무용한 백신 생산의 후발기지라는 비난은 피해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구매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원액은 어디에 쓰이고 왜 구입한 것인지 매매 양측에 쏠리는 의심의 눈길이 적지 않다. 무려 4000억 원가량의 노바벡스 원액을 두고 국내 보건당국에서 쓰임새를 소개하거나 안내한 바는 지금껏 없었다. 일반 사기업의 매출 상당 부분을 정부가 나서서 보전해준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대목.

이는 비슷한 시기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 이를 위탁 생산하는 삼성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삼성이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원액을 정부가 나서서 구매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모더나를 비롯한 이른바 4대 백신 품귀 현상까지 일으켰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SK바이오에선 코로나19 치료제 생산 소식 역시 없었다. 매출의 많은 부분이 정부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백신 원액을 구매하는 명분에서 제약기업의 본분이라면 코로나19 자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백신의 경우 많은 기술과 비용, 노하우가 집적돼야 하는 약물이라 개발이 난망하다 하더라도 치료제는 연구해볼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매출이 4000억 원대 발생한다는데, 국민 세금으로 거둔 매출이라면 국민의 보건 쪽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현 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양껏 발휘해야 하는 제약사인데 이런 행보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SK와 정부 간 친소관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한편, SK 최태원 회장이 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재직 중인 사실과 엮여 의심의 눈길이 모아진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연일 정부 프렌들리한 행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행보에 맞춰 다른 계열사에 비해 매출이 적은 SK 한 계열사이지만 그의 취임 이후 매출이 5배 이상 올랐다는 데엔 그 같은 연결이 마냥 낭설로만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시국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이어지고 3차 부스터 샷에 이어 4차 백신 접종 이야기까지 나오는 가운데 노바벡스라는 이름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가에선 SK바이오가 내년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내년 말까지 연장한 점과 추가 Suite 배정을 통해 공급예정 물량이 대폭 확대됨을 주요 이유로 든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새로 구입할 노바벡스 원액 구매비용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SK바이오에 따르면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기술도입 계약이 변경돼 판권 확보 지역이 국내에서 베트남, 태국까지 확대됐고, 이와 관련한 위탁생산 계약도 확대·연장됐음을 공시했다. 또 해당 계약 외에 별도로 1130억원 규모 백신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도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9월 29일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최초로 3상 임상시험을 승인 받아 현재 임상시험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을 방문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9월 29일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최초로 3상 임상시험을 승인 받아 현재 임상시험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시기에 노바백스 백신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자체 개발한다는 백신 역시 프로젝트 명 이외 임상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SK바이오를 분석한 금융가 이야기를 종합하면 2022년 한 해 만에 1조원대 업체에서 2조원대 업체로 올라설 것이며. 2023년엔 3조원 진입도 가능하다. 한해 1조원 대 매출 성장 추이는 요즘 경기에서 제조업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동건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CMO 매출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 외에 설비 증설, R&PD 센터 구축, mRNA 기술 플랫폼 확보, 항체·바이럴백터 CDMO 사업 진출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도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SK바이오의 급가속화하는 성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노바백스라는 현물로 연결된 정부와의 밀월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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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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