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미사이언스 주가 7%↓

한미-OCI그룹 통합을 놓고 벌어진 ‘모자의 난’ 승부가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로 연기됐다.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아들들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조병구)는 26일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2400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수원지방법원 2024카합10030)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상장법인은 주주 구성이 폐쇄적이지 않고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한 신주발행의 규모가 상당히 클 수 있는 점, 절차적으로 부합된 신주발행 방식이라면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임종윤 전 사장(사진 왼쪽)과 임주현 사장(오른쪽)
임종윤 전 사장(사진 왼쪽)과 임주현 사장(오른쪽)

이에 모녀 측인 한미그룹은 “‘R&D 명가’, ‘신약개발 명가’라는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OCI그룹과의 통합 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 대해 재판부가 깊이 고심하고 공감해서 나온 결정이라고 본다”며 “이를 결단한 대주주와 한미사이언스 이사진들의 의지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도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겠다는 회사의 의지와 진심에 대한 주주들의 성원과 지지를 받아 흔들림 없이 통합을 추진하고, 높은 주주가치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한 임종윤 전 사장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는 신주발행과 관련한 의사결정과정에만 집중한 것으로, 이 행위가 초래할 한미의 중장기적 미래까지 고려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며 “결정 이유에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즉시 항고를 통해 다시 한번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전 사장은 “한미를 지키기 위해 무한 책임을 진다는 심정으로 오는 28일 예정된 주주총회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시 한번 한미-OCI그룹 합병 부당함을 알리는 한편 올바른 이사진이 구성되고, 주주와 사회가 기대하는 상식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 전 사장은 “법원 역시 특정 주주의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과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과 연계된 거래를 한 것이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적정히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 과정을 통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을 대상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며 전체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이번 주주총회에서 또 다른 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66%)도 부디 시장의 기대에 호응하는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모녀 측(21.86%)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도저히 형제 측(20.47+12.15(신동국 회장 지분)=32.62%)을 뒤집을 수 없기에 국민연금한테 모녀의 관에 못을 박아 달라는 얘기다.

한미-OCI그룹 통합에 주주들의 바로미터인 주가는 법원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에 이날 오전 10시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하락하다 전일 대비 3200원(7.30%) 내린 4만650원으로 마감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로, OCI그룹에 한미를 합병시킬 목적으로 지난 1월 12일 양사 간 주식양수도 및 현물출자를 추진함과 동시에 2400억원 상당의 제3자배정 신주발행을 결정했다. 이는 모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며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과 알짜기업을 헐값에 매입하려는 OCI그룹의 욕심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게 형제 측의 주장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이사회 이사진 구성과 교체를 포함하는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은 합병 추진을 도울 우호 세력을 후보로 내세웠고,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합병 반대와 경영정상화를 도울 우호 세력을 추천했다. 최대 총 10명까지 이사진에 포함될 수 있으며, 다득표순으로 이사진이 결정된다.

만약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가 모녀 측을 지지한다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형제 측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반면 합병에 반기를 들고 통합에 반대하는 탄원서까지 낸 소액주주들도 상당해 이들이 본격 가세한다면 형제 측이 승기를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액주주의 지분은 약 20%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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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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