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코호트 격리는 효과적인 분리 치료 방식이라고 소개됐다. 급작스러운 전염병의 전개에 대응할 병상이 부족했고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효과적인 방책으로 여러 병·의원에선 확진자들을 상대로 코호트 격리를 함으로써 상황을 건너갔다. 지난해 코호트 격리라는 말에선 신음이 들리고 사위어가는 눈빛이 느껴진다.

지난 14일 이 문제를 두고 성명을 발표한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12월에만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 14곳에서 996명이 확진되고 99명이 사망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 사태의 이면엔 코호트 격리라는 외피보단, 집단 수용시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가 자리한다.

또한, 이 정부가 늘 주장해왔던 ‘공공의료시설이나 공적지출’에 대한 인색함이 드러난다. 코로나19 사태로 빈한해진 경기 탓이라는 변명은 임기 5년째를 맞이한 올해 유독 무책임하게 들린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에게 이 사태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유선으로 진행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

- 메르스 당시엔 코호트 격리의 중요성이 언급되곤 했다. 그때와 현 코로나 시국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의 차이점을 설명해준다면. 단순히 확진자, 의심자 간 분리 여부에 국한된 차이인가?

메르스 시절의 코호트 격리도 부적절한 개념이었다. 코호트 격리의 의미는 성명에도 냈듯, 병상이 부족해 기존의 확진이 된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동일집단(새로 확진된 환자)들을 격리하는 방식이다. 병상 부족 전제 아래 확진자들을 한곳에 모으는 방식인 셈이다. 메르스 때는 음압 병상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메르스가)밀접 접촉자들 사이에서 생기는 질병이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코호트 격리라는 개념으로 환자들을 수용한 것이다.

코로나 같이 밀접 접촉자라 하더라도 실내 비말 1~2m 아니면 환기구 정도가 아니고, 훨씬 더 감염력이 센 호흡기 질환 같은 경우, 명확하게 확진자, 비확진자 분리를 해야 한다. 코호트 격리는 병상이 없을 때 하는 건데, 벌써 사태가 터진지 11개월이 지나지 않았나. 메르스처럼 1~2개월 급박히 음압 병상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메르스 같은 경우 음압병상에 격리했어야 한다. 일반병상 격리는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당시 경증환자가 상당히 적었다

질환의 특성상 약간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현재 코호트 격리라는 단어가 대단히 잘못 사용되고 있다. 왜냐면, 코호트라는 건 ‘동일집단’을 말하는데, 코로나19환자 코호트 격리라면 코로나 환자로만 구성된 환자, 의사, 의료진 모두 확진이 된 사람들끼리 모아놓을 때 코호트 격리라고 하는 것이다.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개념이다. 메르스 당시에도 코호트 격리라는 말을 잘못 쓴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코호트 격리라는 단어보다는 의료기관폐쇄, 의료기관 격리, 이런 식으로 우리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명지병원 음압격리병실

- 대체 수용시설을 마련해야 할 듯한데 이동이나 수용 전 과정에 이르는 지역사회 반발에 따라 쉽지 않은 형국이다. 특히 교정시설 같은 경우. 묘안이 있을까.

교정시설의 그동안 밀집도를 줄여왔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것이 화근이다. 그렇지만 긴급하게는 지역으로 교정시설을 확보하는 수도 있겠지만, 현재 유럽,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 교정시설 감염 문제 때문에 경범죄자들, 가석방 가능자들을 가석방하는 추세이다. 그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이란 감옥에서 확진자 대거 발생했을 때 (교정시설을)전부 개방했던 일은 대책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지만, 우리는 그렇게는 아니더라도 분류는 해서, 밀집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반발이라 하는 것은 그 사람들(복역자들, 정신질환자들)을 모조리 다 시설 한곳에 모으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같다. 분산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교정시설에 있던 사람들을 어디로 가는지 공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언론 보도 등으로 공개가 되지 않나. 지역사회 주민들을 다 알지 않을까.

물론 생활치료센터 같은 시설이 보도되면 지역의 일부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결국은 그 지역에서 격리되는 상황인 거고, 기존의 시설이 일반인과 공유하는 시설들이 아니기 때문에(반발 근거가 크지 않다). 사실 지역사회반발이라 하는 측면은 일부 언론에서 부추기는 게 아닐까. (이 문제는)그런 식의 지역이기주의와 관련해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애초부터 아닌 데다 이 시설이 아예 그곳에 입주하는 게 아니잖나. 교도소를 옮긴다는지, 상주 치료 시설을 놓는다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시설을 임시일 뿐만 아니라 분산도를 높이는 방식이면, 설명만 잘하는 전제가 있다면 지역 반발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 병상대기 중 사망자는 사망자 통계에 제외하기로 했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설명해준다면.

정확히 얘기하면 ‘요양병원 병상 대기 중 사망자’이다. 요양병원에서 있다가 사망한 사람들도 코로나 병상으로 못 가서 대기하다 사망한 거 아닌가. 그럼 병상 대기 중 사망자에 포함돼야 한다. 요양병원은 병원이라 하면서 병상 대기 중 사망자로 안 올리는 것.

그럼 자연사로 추정?

그게 아니라, 코로나 사망자들 가운데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망자들이지 않나. 그럼 이거는 병상이 부족하거나 의료시스템이 명확히 문제가 있어 생긴 일이다. 병원 내에서 사망한 사람은 치료를 받다 고인이 되신 것이기에 국가와 우리 사회가 그나마 할 만큼 했는데도 중증도에서 못 벗어나 사망한 셈이다.

이 두 가지는 구분해서 통계를 내는 게 맞다. 요양병원에 있는 사망자들은 병원에 있던 이유만으로 (코로나 치료를 받지 못했음에도)치료를 받다 사망한 자로 간주하게 된다. 그 숫자는 허수다. 사실은 집에 있다 사망한 자들과 마찬가지다.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치료를 할 상황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환자들을 다른 치료시설로 못 옮겼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데, 이게 ‘병상 대기 중 사망자’ 통계에 들어가야 하는데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미소들요양병원 의료진의 국민청원 보도(출처 KBS)

사망자 총 수는 바뀌지 않는다. 사망자 총 수 안에 ‘병상 대기 사망자’란 범주가 별도로 있다. 병상 대기 사망자에 요양병원 사망자가 들어가지 않는다(코로나 치료를 받다 중증도 사망으로 집계됐다는 의미). 그 때문에 외부에서 봤을 때는, 병상 대기 사망자가 늘지 않으니까, 병상이 다 있다고 판단돼 병원에서 다 치료받다 숨졌다고 해석된다.

한 요양병원에서만 39명이 숨졌다. 아무 치료를 못 받고 고인이 된 셈인데, 치료를 받고 사망한 숫자로 산입해버리면 병상을 더 동원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병상부족을 희석하기 위해 통계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요양병원도 병원이라고 의료진이 대비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인데, 요양병원은 환자대비 의사가 태부족이고, 그 의사들조차도 만성기 질환을 관리하는 의사기 때문에 코로나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장애인 시설에 대한 대책은 현재 마련되지 않은 것인가. 전혀?

대책이 없다. (전무하다시피?)시설을 소개하고,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장애인과 관련해서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하고, 장애인 재활과 관련해서는 탈시설화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하는 지점이다. 그런 고민은 아예 없다. 확진됐을 때 (이들과 밀접접촉한 장애인들을 그저)격리시켰지 않나. (비장애인의 경우 그들과 함께 생활했던)비확진자들은 자가격리나 생활치료센터로 격리해서 밀접관찰을 할 수 있게 했는데, 장애인들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

요양병원에서 확진자, 장애인시설 확진자, 교정시설 확진자들은 일반 시민들과 다른 대우를 받은 것이다. 밀접 접촉을 했음에도, 분리되지 못하고 같이 있었다는 의미다. 시설 밖에선 확진자와 만났을 때는 먼저 선별검사를 한 뒤, 음성이 나오면 1~2주 자가격리를 하는 수순이지 않나. 이게 정상적인 방역 지침인데, 그 시설은 이러한 방역지침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에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 시설과 관련해 정부에서 새로 나온 대책이 전혀 없다.

- 공공의료시설 태부족이란 문제인식은 아마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해법인데, 당장 2025년 공공의대 확대만 하더라도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현재도 갈등은 잠재한다). 예전, 의약분업 사태 때 절충안을 내놓은 시민사회가 생각하는 추진 방향이 있다면.

일단 갈등구조에서 공공병원을 세우는 것을 의료계가 반대하지는 않는다. 의대를 새로 세우는 데 반대하는 이유는 정원이 늘어 경쟁자들이 늘어난다는 본인들의 밥그릇 싸움 문제로 볼 수 있지만. 공공병원 설립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지난해 7월 21일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집행부 긴급 워크숍을 개최하고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공공병원은 정부가 세우면 된다. 정부의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부분과 관련해 대안은 이익단체들이 큰 저항을 했을 때 서로 임무나 권한을 분점하는 논의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그런 건 아니고 단지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본다. 정부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재정투입을 하지 않는다는 걸 짚을 수밖에 없다.

묘안이라고 한다면, 시민사회가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시민들한테 더 선전하고 알려서, 다음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선거에서 공약화하고 공공병원 설립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후보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는 식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 겪고도 만약 정신 못 차린다고 하면, 앞으로 공공의료를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인 어젠다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 민간병원에게 공공의료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라는 방안은 이상적이다. 민간병원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데(물론 의료란 수익성만 고려해서는 안 되긴 하지만 무시할 순 없다), 그 부분은 공적기금에서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민간병원을 동원해서 코로나 대응을 하는 데는 급한 불 끄기 식의 대증요법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코 해선 안 되는 방안이다.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고,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 민간이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병원들은 스스로가 공익성과 공공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 민간병원의 경우와 대비된다. 한국 민간병원들은 굉장히 영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민간병원 동원해야 한다면 거기에 대한 대응은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시설 인력 확충을 등한시하고 소홀히 했기에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민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거기에 대해선 적절한 보상을 해야 맞다. 의료기관을 특징상 하드웨어나 인프라보다는 인건비가 제일 비율적으로 높게 나오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해서 그런 병상을 운영하려면 그 안에 인력들 인건비는 지불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지난해 7월 21일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집행부 긴급 워크숍을 개최하고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대한의사협회 지난해 7월 21일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집행부 긴급 워크숍을 개최하고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스페인이나 이런 나라들은 한시적인 국유화도 하지 않나. 제일 좋은 방법은 그런(부실운영등으로 영락한)병원들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민간병원들 경영이 워낙 어려워 내놓은 병원들이 있었다. 위기상황이니 병원장들과 합의를 해서 적절한 보상을 준 뒤 국립병원화 시키면 되는 건데. (이 정부 방침이)비즈니스 프렌들리(시장, 영리 친화적)한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민간 서비스라 생각한다. 민간에 사회 서비스, 의료 서비스를 많이 맡기는 이유는 재난 상황이나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을 때의 손해를 대부분 공적으로 떠안기 싫다는 뜻이다. 공공서비스를 그렇게 해면 재난상황에서 피해 보게 된다.

- ‘긴급탈시설’, ‘비구금, 석방조치’, ‘정신병동 환자 지역사회 담당’ 등을 이야기하는 취지와 화급성을 이해한다. 문제는 현실성인데, 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역량과 사회 갈등 중재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측정하는지.

당장 장기적인 과제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지역사회 복지 재활 연계 서비스들을 만들고 지역 재활 프로그램 공간을 확보하는 식이 쉽지는 않다. 의료시스템과 복지시스템이 연계가 되어야 한다. 공적 시스템이 매우 약한 한국 현실상 쉽지는 않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주장이고, 그렇게 가지 않을 경우엔 훨씬 더 큰 비용과 손실을 겪게 될 것이다. 앞으론 고령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전부 다 시설에 몰아넣을 수는 없지 않나, 노인들을.

지역반발보다 더 중요한 건 공적서비스로 가야 하므로, 공적서비스 재정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결국 재원 문제다. 그 재원이 민간서비스들처럼 높은 수익성을 갖거나 그런 방향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운영하기 위한 방향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서비스에 지출하는 금액이 아주 낮은 상태다. 그 부분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SOC(사회간접자본_항만, 토목 등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들여 추진하는 기간시설)나 고속도로 등에 쓸 돈을 이쪽(공공서비스)으로 돌려야 할 시점이 왔다.

- 끝으로 한마디 전한다면.

교정, 장애 시설 등 코호트 격리와 관련해서 성명은 냈지만,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공공성이 매우 부족한 한국사회 현실을 반영한다. 이제는 우리가 취약 계층,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노동능력이 없고 우리 사회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의료 복지 전반에도 어떻게 확충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이 부분이 클러스터가 되어서 감염의 새로운 확산이 일어날 것이다. 눈밖에 보이지 않게 배치한다는 정도로 ‘코호트 격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환희 기자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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