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유한나
이름: 유한나
포지션: 보건증진교육(Health Promotion) 매니저
파견 국가: 미얀마
활동 지역: 나가(Naga)
파견 기간: 2019년 3월~2019년 9월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2017년 말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활동가로 파푸아뉴기니를 다녀왔습니다. 활동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지원이 꼭 필요한 주민들에게 그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확인해왔습니다. 저에게는 보건증진교육(HEALTH PROMOTE, 교육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역량을 높이고 주민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촉진하는 활동) 활동이 지역주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파푸아뉴기니 프로젝트에서 다른 경험을 가진 구호활동가와의 대화를 통해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프로젝트마다 그 성격과 배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보건증진교육 활동가로서 제 커리어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파푸아뉴기니 구호 활동 기간이 종료하기 전부터 이미 다음 구호 활동을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 구호 활동을 떠나기 전 어떤 준비를 했는지 알려주세요.
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하기 전에는 국내 NGO에서 활동하며 보건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어떠한 질병이건 사망률 혹은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인식과 건강행위가 변화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따라서 저는 영국의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에서 국제보건석사과정에 입학해 건강증진교육 분야의 학문적인 토대를 쌓았습니다. 졸업 후에는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해 2017년 말 파푸아뉴기니로 9개월간의 첫 구호 활동을 떠났습니다.
파푸아뉴기니로 첫 구호 활동을 하러 가기 전에는, 주로 영어나 업무 분야의 지식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후에 깨닫게 된 것은 지식이나 언어보다는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서 열린 태도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번 미얀마 구호 활동 전에는 주로 미얀마의 정치 상황에 대한 책이나 기사를 읽거나 역사, 문화 등을 공부해 현지 직원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했습니다.
- 이번에 활동하고 돌아온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이 프로젝트는 나가(Naga)라는 인도와 인접한 미얀마 북동쪽 지역에서 이루어집니다. 산지이며 주민들은 적게는 100가구, 많게는 800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합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려고 해도 오토바이나 도보로 산을 넘어야 해서 매우 위험하고 오래 걸립니다(오토바이로는 1~4시간, 도보로는 0.5~2일). 우기에는 그 길마저도 끊기곤 합니다. 나가 프로젝트는 의사, 간호사 그리고 보건증진교육가로 이루어진 팀을 꾸려서 매달 마을을 방문하고 기초적인 의료서비스와 건강교육을 제공합니다.
제한된 교육 기회와 보건 인식 때문에 전통적인 형태의 치료법(예 가정분만)을 고수하기도 합니다. 혹은 바쁜 농사일 때문에 주민들은 의료 기관을 찾아야 하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보건증진교육가는 집단교육이나 캠페인,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지역주민들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합니다.
- 현장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매주 월요일 보건증진교육팀은 자체적인 미팅을 합니다. 한주의 활동계획을 공유하고 지난주의 활동에서 얻은 마을에 대한 소식이나 정보를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우기를 맞아 설사 환자가 급증한 경우, 설사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위생 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행합니다. 또는 피임법 관련 보건교육을 하는 경우 콘돔을 모형에 적용하는 참여 활동이 참여자들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지 아니면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을지 논의를 거치게 됩니다.
저는 실행 계획에 따라 팀원들이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을 참관하거나 지원하며, 프로그램이 종료한 후에는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합니다. 전체 의료팀과 논의가 필요한 사항은 2주마다 열리는 의료팀 회의에서 전체적으로 협의합니다.
- 주거 환경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휴일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숙소에는 5명의 구호 활동가가 같이 살았습니다. 화장실이 밖에 있는 것만 제외하면 개인 방에 머물렀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집이 마을 위쪽에 위치해서, 방문을 열면 마을 전체가 잘 보이기 때문에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어요. 사무실은 집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했습니다. 휴일에는 보통 구호 활동가들과 어울려 영화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요리를 하곤 했습니다.
- 활동 중 인상에 남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마을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해당 환자를 찾아 나선 적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던 여성 환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전염성 때문에 손가락질받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주로 집에서만 머물며 살고 있었습니다. 약 7~8년 전부터 병을 앓아왔지만, 마을에서 병원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치료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환자는 이미 코, 손가락, 발가락 일부분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저희 팀은 후송차를 지원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연계했습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환자는 오지 마을에서 만난 산모입니다. 산모는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지만 산전 진료를 받지 못해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희 의료팀은 산전 진료를 진행하면서 쌍둥이인 것을 확인하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곳에서 구호활동을 해볼 계획이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미얀마와 파푸아뉴기니에서 경험해보았으니, 분쟁상황 등의 다른 배경을 가진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활동이 있다면, 언제든지 응할 생각입니다. 다음 활동지지에서는 여가 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어서, 읽을거리나 작은 악기, 외국어학습서 등을 가져갈 계획입니다.
- 미래 구호 활동가들에게 한마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차분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 구호 활동 지역에 도착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럴 땐 서두르지 말고 조금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나가면 될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습니다,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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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healtht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