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이재헌
이름: 이재헌
포지션: 정형외과의(orthopedic surgeon)
파견 국가: 팔레스타인(2018년), 부룬디(2017년), 아이티(2016년), 요르단(2016년)
- 구호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안녕하세요.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이재헌입니다. 저는 2016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해 지금까지 요르단, 부룬디, 아이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했습니다. 정형외과의사라 주로 분쟁지역으로 파견을 나갔습니다.
주로 분쟁·전쟁터에서 발생한 총상이나 불안정한 치안으로 피해를 본 환자들을 치료했습니다. 현장에서 의사로서 역할은 한국에서와 비슷했지만, 현지 상황도 문화적 배경도 다르다 보니,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 활동했던 구호 현장의 상황은 어땠나요?
내전 중인 시리아의 국경 바로 옆 요르단에서 활동할 당시, 국경 너머에서 폭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릴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환자를 치료해야 했습니다. 2015년 요르단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산모나 아동 환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혼자서 국경을 넘어 우리 병원에 왔습니다.
아이티의 경우 대지진 이후 전반적으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경제적으로도 열악해지다 보니 총기 사건이나 강도가 빈번했습니다. 치안이 불안하다 보니 활동 기간 병원 밖에는 거의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고 이동은 전용차량으로만 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헌 활동가가 활동한 시기의 상황과 최근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 분쟁지역의 환자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작은 상처를 입어 병원에 오는 환자들도 있었지만, 크게 다쳐서 오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아이티 같은 경우 하루 평균 총상 환자 세 명, 칼이나 송곳 같은 것에 찔린 자상 환자 두 명 정도가 매일 병원에 왔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는 몇 년간 지속한 격렬한 시위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총에 맞아 팔꿈치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환자들도 봤습니다.
분쟁지역 환자의 상처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지역의 상황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한국의 상황과는 아주 달랐고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할 때, 가까운 곳에 폭탄이 떨어져 골반 아래쪽 뼈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병원에 온 어린 환자가 있었습니다. ‘다시 걷기는 힘들겠구나’ 생각했고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뼈를 붙여보자’ 했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라서 회복력이 좋은지, 아예 못 걸을 거로 생각했던 아이가 절룩절룩하면서 걷게 되었습니다. 물론 정상적으로 걷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걸어오면서 저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그땐 정말 짜릿했습니다.
제가 그곳에 가서 활동한 것 자체가 보람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이 아이가 다시 한번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데 내가 한몫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 아이가 앞으로 상처를 회복하고, 희망을 품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지역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를 제공하나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의사가 물리적인 상처만 치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고를 당한 환자에게는 신체의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심리치료사를 함께 파견해 정신적 치료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 이재헌 활동가에게 구호활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과의 인연 맺음, 나눔 그리고 그것을 통한 성장,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우리가 국경없는의사회에 후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활동들은 모두 후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는데, 정말 태산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작은 후원과 관심이 한 생명을 살리는 걸 저는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후원이라도 커다란 의미가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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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healtht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