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리수술, 무관용 원칙 입각해 엄중 대응”

인천에 이어 광주에서도 비의료인에 의해 대리수술이 행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광주의 한 대형 척추전문병원에서 법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집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년 전 촬영 영상을 공익제보자로부터 받아 공개했다.

광주광역시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리수술한 정황이 담긴 동영상(제보자 제공 영상 캡쳐)
광주광역시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리수술한 정황이 담긴 동영상(제보자 제공 영상 캡쳐)

경찰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남자는 이런저런 설명을 곁들여가며 능수능란하게 수술을 이어간다. 수술실 한쪽에 놓인 수술기록지엔 이 수술을 집도하는 담당의사 2명의 이름이 쓰였는데, 집도하는 남자와 달랐다. 남자는 이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였다. 경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병원에선 지난 3년 동안 적어도 70여 건에 이르는 대리수술이  이어져 왔다.

해당 병원은 광주, 전남 지역의 척추 전문 대형 병원으로 100여 개의 병상과 연 3500여 례의 수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면허가 없는 자가 수술이나 진료 등 의료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현재 의사와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6명의 병원 관계자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병원 한 관계자는 영상 속 집도의를 두고 “마스크를 쓰고 캡을 써서 누군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그 당시 이직으로 병원을 떠난 원장님들이 여러 분 계시다”라고 대리수술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몇 주 전 공개됐던 인천 지역 척추 전문 병원에서 자행되는 대리수술과 같은 불법 행위로 이미 의료계에 수술이나 진료 등의 대리 의료 행위가 만연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엄중 대응을 천명했다. 의협은 8일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판단으로 행해진 대리수술이 또다시 발생했다는 소식에 대해 의료계 또한 상당한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특히나 의사가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는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어 대리수술을 주도하거나 알고도 묵과했다면 이는 의사의 명분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특히 이번 제보 영상이 같은 병원에 근무하던 전문의 측에 의해 제공됐다는 사실을 들며 “더 이상은 동료라 하더라도 비윤적리적인 의료행위에 가담한다면 간과하지 않고 고발해 자체 정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협의 방침은 향후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현장에서 무자격자·무면허자의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연이은 대리수술 사건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일부 부도덕한 의사의 행위에 대해 의협은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제추진단, 자율정화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유사한 불법 행위에 즉각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지난달 24일 보도된 인천 척추 전문 병원 대리수술 사실을 두고 해당 병원을 고발하고 병원장을 의협 윤리위에 회부한 바 있다. 의료 관계자들은 이번 광주 대리 수술 사건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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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희 기자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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